[길따라 멋따라] 이리 닮았다는 여수 낭도(狼島), 사람들 마음씨는 양 같은..

입력 2017. 10. 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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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최후 서식처' 공룡 발자국 따라 걷는 '공룡 트레일' 매력 만점

(여수=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화려한 여수 밤바다를 뒤로하고 선착장에서 작은 섬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조용한 바닷가 정취를 느끼려면 이제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숙이 찾아 떠나야 하나 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흥반도를 배경으로 해가 지고 있다. 섬 모양이 이리를 닮았다고 해서 낭도(狼島)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양을 닮았다. (성연재 기자)

도착한 여수의 자그마한 섬 낭도. 그런 정취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딱 알맞는 곳이다.

여수 서남쪽의 작은 섬 낭도는 화정면 낭도리에 속해 있다.

낭도를 가려면 이제 다리로 이어져 육지가 되어버린 백야도 선착장을 찾아가거나 여수 여객선터미널을 찾아야 한다.

선착장을 떠난 배는 평온한 다도해 바다를 한 시간 반 남짓 미끄러지듯 달려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선착장은 고요하다.

대부분의 주민은 고령자들이다. 이 마을은 60대가 젊은 축에 속한다.

마을에 있는 유일한 펜션은 60대가 운영한다.

낭도의 장점은 고요한 시골 섬마을이라는 데 있다.

섬 모양이 이리 모양이라 해서 낭도(狼島)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실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씨는 정 반대다. 마치 양들처럼 온순하기 그지없다.

조용한 섬마을 사람들답게 길 가다 서성거리는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먼저 말을 건다. "뭐 도울 일 없소?"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면 나중에 어려운 일 있음 이야기하란다.

이 섬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해안으로 난 작은 걷기 길이다.

막 정비가 시작된 이 길은 공룡 발자국을 직접 만져보며 구경할 수 있는 해변까지 이어져 있다.

약 2억2천500만 년 전 중생기 시작 때부터 본격적으로 번성했던 공룡은 1억6천만 년 동안 이 땅의 주인행세를 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멸종기를 거쳐 그들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이 곳 낭도리에 남았다.

여수 화정면 낭도리 공룡화석지는 여수시 화정면에 속하는 사도, 추도, 낭도, 목도, 적금도 등 5개 섬 지역의 백악기 퇴적층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낭도리와 바로 인근인 사도(沙島) 부근의 것들은 최소 6천5백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낭도와 사도 일대는 공룡의 최후 서식처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저 멀리 몽골 등 내륙을 떠나온 공룡들이 마지막으로 내몰린 곳이 여수지역의 섬이 아니었을까.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곳은 낭도 코앞의 섬 사도.

사도의 공룡 발자국은 세계 최장급으로, 무려 84m나 된다. 이 발자국은 천연기념물 434호로 지정돼 있다.

낭도의 공룡 추정 발자국은 신기하게도 바닷속으로 들어가 끊겨 있다.

그 먼 옛날 공룡들이 바다로 걸어 들어갔던 것일까?

하긴 예전 공룡쯤 되는 멧돼지들도 바다를 헤엄친다고 하지 않던가 말이다.

공룡 발자국이 사라진 방향은 바로 옆의 사도 쪽으로 향해 있다.

지금은 정비가 안 돼 바위 바로 위로 가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완전 정비가 되면 저만치 떨어진 데크 로드 위에서 구경해야 할지도 모르니 서둘러 다녀오길 권한다.

트레킹으로 마른 목을 축이기 딱 알맞은 곳이 있다.

마을에서 제일 볼만하고 신기한 것이라곤 바로 100년 된 막걸리 집이다.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막걸리 집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젖샘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막걸릿집은 식당과 민박도 겸하고 있다.

8천원짜리 작은 식당의 백반은 제철 싱싱한 수산물들로 차려진다.

부지런한 남도 아주머니가 매일 식단을 짜 칠판에 올려놓는다.

오늘은 전어 양념구이, 내일은 묵은지 김치찌개…

메뉴는 여느 남도 도시의 백반집보다 푸짐하고 싱싱하다.

매일 식당을 오는 맛에 섬에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을 정도다.

이런 섬은 빨리 다녀오는 게 좋다.

전라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제 섬에 다리까지 놓이고 있다. 다리가 완공되는 날이면 더는 섬이 아니게 된다. 섬사람들에게는 다치거나 위독해지더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과거에는 심지어 생명을 잃어버리는 일조차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젖샘 막걸릿집 아주머니도 한마디 거든다. "우리 시아버님께서도 배가 못 뜨는 바람에 돌아가셨죠"

섬에 다리가 놓이면 그런 위험은 거의 사라진다. 삶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고립에서 탈출하면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워낙 작다 보니 차를 굳이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걸어도 30분이면 옆 마을인 규포리까지 닿는다.

규포리 마을을 가봤다.

배가 들어오는 마을이 있으면 늘 그보다 좀 덜 발전한 작은 마을이 있기 마련이다.

척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폐교 앞 잔돌로 가득 차 있는 작은 밭에 무언가 자라고 있다. 섬에는 흙보다는 돌이 더 많았다.

섬 이곳저곳을 안내한 김성남씨는 마을 가운데 멀쩡히 그대로 자리 잡고 있는 우물가에서 회한에 젖어 한마디를 던졌다.

"예전에는 이 작은 우물 하나에 수십 명이 양동이를 대놓고 물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나마 물이 잘 나오지 않아 한 양동이 채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단다.

물이 풍부한 곳이야 우물에 물이 가득 차 있지만 이처럼 물이 부족했던 섬마을의 경우 우물 바닥을 바가지로 긁다시피 해야 물을 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저수지가 준설되는 등 수리 사업으로 물 걱정은 없어졌다.

◇ 숙박·식사

마을에는 현대식 펜션이 단 한 곳 있다. 나머지는 모두 민박집이다.

정부 지원으로 최근에 지어진 마을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1만원가량을 내면 1박을 할 수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섬 여행을 할 길이 열렸다.

마을 주민들도 여행자들은 대환영이다. 일단 손님이 와야 섬이 부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을 식당은 젖샘 막걸릿집을 비롯한 2곳이 운영 중이다. 맛깔스러운 섬마을 백반을 맛보고 싶다면 꼭 방문해볼 필요가 있다.

◇ 가는 길

여수종합터미널에서 오전 6시와 오후 2시 배가 있다.

백야도 선착장에서는 오전 8시와 11시 30분, 2시 50분 배가 있다. 떠난 배는 곧바로 회항해 여수와 백야도로 돌아온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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