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중력파를 잡아라".. 군사작전 하듯, 전세계 3500명 집단지성이 뭉쳤다
- 천문학자들 총집합
관측소·천문대·위성.. 갖가지 시설 총동원
45개 나라 70여 곳에서 일사불란하게 동시 관찰
- 미국·남아공·호주에서
美 2곳서 중력파 포착 그로부터 2초 후
NASA 위성은 감마선, 11시간 후엔 한국이 가시광선 포착
- 한국 과학자들도 활약
임명신 교수 등 서울대 연구진들
중성자 별 충돌할 때 金·우라늄 발생하는 '킬로노바'도 검증해
국제공동연구진이 중성자별 충돌에서 나온 중력파(重力波)를 처음으로 검출한 데에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유기적인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과학자 39명을 포함한 3500여 명의 국제공동연구진이 3곳의 중력파 관측소와 70여 곳의 천문대, 천문관측 위성을 총동원해 이룬 성과다.
◇3500명 연구진, 전 세계 천문대 총동원
공동연구진은 우선 중력파 검출기인 미국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와 유럽의 비르고(VIRGO)에서 중성자별 충돌 결과로 나타나는 중력파 검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공동연구진은 지난 8월 17일 오후 9시 41분쯤(한국 시각) 미국에 있는 두 곳의 라이고에서 처음 중력파를 포착했다. 유럽 비르고에서는 검출에 실패했다.
라이고는 4㎞ 길이의 진공 터널 2개를 'ㄱ'자 형태로 이어붙인 뒤 터널 끝에 대형 거울을 설치해 그 사이를 레이저가 오가게 한 관측 시설이다. 중력파는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부딪히는 등의 대규모 우주 현상이 일어났을 때 강력한 중력이 발생해 마치 물결처럼 파동 형태로 우주 공간에 퍼져 나간다. 이 중력파가 지나갈 땐 시공간이 미세하게 변하는데, 중력파가 지구를 통과하며 라이고의 검출 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어나는 시공간 변형을 레이저 변화로 확인하는 것이다. 라이고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서 설치돼 있다. 한 곳에서 중력파 검출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검출하기 위해서다.
지상에 이어 우주 공간에서도 중성자별 충돌 관측을 시도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위성과 유럽우주국(ESA)의 인티그랄 인공위성은 중력파 관측 2초 후에 약 2초의 짧은 시간 동안 감마선 폭발 현상을 포착했다. NASA는 찬드라 X선 관측 위성을 통해 중성자별 충돌 증거인 킬로노바(Kilonova) 현상이 나타났음을 공식 확인했다.
킬로노바는 중성자별이 충돌 후 강력한 빛이 나오면서 그 주변으로 금·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대량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이때 생성되는 원소들 중 상당수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포함해 다양한 전자기파가 나온다. 이 전자기파들을 검출함으로써 중성자별 충돌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연구자들의 기여도 컸다. 임명신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초기우주천체연구단은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망원경'을 이용해 중력파가 발생한 지 21시간 후 가시광선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KMTNet 망원경은 칠레와 남아공, 호주 등 남반구 3곳의 관측소에 나눠 설치돼 우리 은하 중심부를 24시간 연속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KMTNet이 중력파 관측 이후 4주 동안 관측한 자료는 중성자별 충돌이 킬로노바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됐다.
임명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제 공동 작업을 통해 중성자별 충돌로 나온 중력파와 X선, 감마선, 가시광선 등 여러 전자기파를 처음으로 한 번에 관측하는 데 성공한 역사적 성과"라고 설명했다.
◇군사작전 하듯 사전에 치밀하게 협의
">45국 연구진들이 군사작전을 펼치듯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했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 있는 3곳의 중력파 관측소에서 중성자별 충돌로 인한 중력파가 검출되면 곧바로 전 세계에 흩어진 70여 천문대에서 전자기파 추적에 나서기로 사전에 미리 약속을 했다"며 "중력파 검출 예상일을 디데이로 하고 세계 과학자들이 수차례 사전 모의 훈련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7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피지컬리뷰레터스, 천체물리학저널 등에 실렸다.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천문학의 오랜 난제로 꼽히던 중성자별 충돌 현상이 국제 과학연구진의 치밀한 준비와 협력으로 한 번에 풀렸다"며 "이번 연구 성과로 천문학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천체 현상을 관측하는 데 활용된 광학과 전파뿐 아니라 중력파까지 천체 연구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우주 생성과 중력과 관련한 획기적인 발견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 검출을 가능하게 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중력파 천문학이 노벨상의 보고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력파 검출 연구에 참여한 국내 연구자 39명은 누구인가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강궁원·배상욱(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김정리(한국천문연구원)▷오정근·오상훈·손재주·김환선(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형목(서울대)▷이창환·조희석·김영민(부산대)▷이형원·김정초(인제대)▷이현규(한양대)
▲서울대학교 초기우주천체연구단▷임명신·이성국·최창수·김준호·윤용민·임구(서울대)▷고종완(한국천문연구원)▷심현진(경북대)
▲한국천문연구원 KMTNet 운영팀▷김승리·이충욱·고승원·최정식·임상규·김부진·조정우·권민경
▲성균관대 우주과학연구소·물리학과▷박일흥·정수민·카르스텐 로트·데반얀 보세·흐르보예 두이모비치·인성진·정민진·강우식·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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