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 등으로 표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유하 세종대 교수(60)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학계에선 이 사건을 두고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과, 학자가 학문적 견해를 피력한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 대립하며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유죄라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에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연행이 없었다고 없었다고 적시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책에는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적으로는 일본군이 아니었다’, ’위안부가 일본군과 함께 전쟁을 수행한 이들이다‘, ’아편을 군인과 함께 사용한 경우는 오히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등 내용이 쓰여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의견을 제시한 것을 넘어서 박 교수가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재판부는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사한 뒤 작성한 보고서 등을 근거로 <제국의 위안부>의 일부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보고서를 보면 민간업자가 위안소를 운영했으나 관리는 일본군의 책임이었다고 나와있다”며 “이러한 자료들은 일본군이 위안소에 대하여 어느정도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잇었으며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잇었는지 알려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른 보고서도 인용하면서 “(피해자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끌려갔고 일본 제국 군대가 주도적으로 통제했다”며 “자발적으로 (위안부를) 신청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민간업자에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종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박 교수가 수년간 연구하면서 이같은 여러 보고서들의 존재나 생존인 위안부들의 피해 사실 증언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이같은 허위사실을 책에 써 고의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책에서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일반 독자들은 대부분의 위안부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으며 일본군은 강제동원하거나 강제연행하지 않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피고인(박 교수)도 이를 인식하면서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학계에서 토론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을 법관의 형사처벌에 의해서 판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형이 아니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는 이유를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부당하고 선입견만으로 판단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사죄의 마음을 많이 갖는 (일본인) 분들 까지도 마음을 돌아서게할 그런 판결이라는 점에서 절대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