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超야구수다] 통즉구(通卽久) - '양현종의 지혜 그리고 완봉승'

조회수 2017. 10. 27. 0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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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2017 한국시리즈에서 또 한명의 에이스가 그 완벽함으로 빛을 발했다. KIA 양현종의 122구 1:0 완봉승(11삼진). 토종 에이스의 지혜가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궁즉변(窮卽變) - 20승 투수 양현종, 투구의 기본으로 돌아갔다. 

경기의 첫 타자 민병헌 볼 넷. 양현종의 출발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가장 안 좋은 선두타자 볼 넷  출루 허용, 경기 전 예상했던 우려가 그대로 나타나는 듯 했다. 그러나 오재원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가 된 후, 박건우 삼진, 김재환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첫 이닝, 첫 위기를 넘겼다.

정규시즌 양현종이 두산 타선에 약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몸쪽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타자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몸쪽 코스와 빠른 공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긴 양현종은 완급의 상대성 구종인 체인지업의 효과도 크게 볼 수 없었다. 상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략을 바꾸었다. 20승 투수 양현종이 '투구의 기본'으로 돌아갔다. 경기 초반 ‘80%의 힘으로, 힘을 빼고 낮게 낮게’를 강하게 의식한 듯 보였다. 그리고 바깥쪽 코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회초 1사 2루 박건우를 몸쪽 낮은 직구로 삼진 처리후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의 과정에서 양현종의 지혜로운 경기 전략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특히 4회초 두산의 상위타선을 3자 범퇴로 처리하는 장면(오재원 2루수 플라이. 박건우와 김재환 연속 삼진)은 에이스의 강력함이 서서히 시동 걸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변즉통(變卽通) - '에이스의 힘으로 누르다.'

4회말 공격, 무사 1루. 1루주자 버나디나의 견제사는 두산 장원준에 대한 준비부족이었다. 경기 흐름에 치명적일수 있는 실수가 공격에서 다시 나왔다. 이후  4번 타자 최형우의 첫 장타로도 선취점에 실패했다. 찬스 뒤 위기,  5회초 선두타자 오재일은 양현종의 변화구를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왔다. 우전안타로 선두타자 출루.

그러나 여기서 에이스 양현종은 다시 한번 변화한다. 에이스의 위력적인 공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무사 1루 타석에는 양의지, 결과는 3루수 땅볼. 양의지의 스윙이 양현종의 직구 구위를 따라가지 못했다. 타자는 타격시 타이밍의 기준점인 스피드에 밀리면서 타석내내 쫓겨다녔다. 

3회초부터 바깥쪽 코스(투수 유리 볼 카운트에서 버리는 공으로)에 힘 있는 공을 던지면서 양현종 본연의 힘찬 팔 스윙을 서서히 되찾았다. 전광판의 스피드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더불어 체인지업도 달라졌다. 5회초 양의지와 에반스가 당한 체인지업은 2회초 첫 타석에서 본 체인지업의 궤도가 아니었다.

통즉구(通卽久) - ‘양현종의 변화에 갈피를 못 잡는 두산’

6회초 선두타자 김재호를 직구 3개로 3구 삼진, 이후 다음 타자 민병헌에게 볼 카운트 1B-0S에서 우중월 2루타를 맞는다. 양현종이 오늘 유일하게 들떠있던 장면이다. 초구 변화구 볼 이후 몸쪽 직구(낮았기 때문에 팬스를 넘어가지 못했다)가 몰렸다. 변화구 볼 다음 직구 노림수라는 타자의 본능을 간과했다.

두 번째 1사 2루의 위기. 그러나 경기 초반과는 상황이 달랐다. 이미 양현종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오재원(3B-2S 8구째)과 김재환(1B-2S 4구째)을 스탠딩 삼진으로 잡아낸 바깥쪽 직구는 에이스의 지혜와 강력한 힘이 합쳐졌다. 말 그대로 '천하일품, 에이스의 직구' 였다.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9이닝 1-0 완봉승. 양현종은  잡아낸 27개 아웃 카운트 중 14개를 3구 이내에 잡아냈다. 특히 경기 초반 두산 타자들이 이전과 다르게 덤비는 움직임(1차전에서도 지적했다)을 잘 이용했다. 마지막 이닝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를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반대로 두산 타자들은 1차전 승리로 인해 조금 일찍 안도의 분위기가 생긴 것은 아닐까 싶다. 두산 타선의 강점인 타석에서의 고민이 사라졌다. 게다가 아직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김재호의 복귀로 외형적으로는 두산의 완전체 타선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좋았던 타선의 이어짐이 끊어졌다.(단, 두산 벤치의 김재호 기용은 오늘 경기를 잡겠다는 의미보다는 시리즈 전체를 생각한 전략 중 하나로 보여진다)

순간 너무 많은 것이 보였던 양의지의 실수. 그리고 계속되는 궁금증...

8회말 1사 1-3루. 나지완의 3루 땅볼시 양의지의 순간적인 판단 미스가 결승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조금 의문이 드는 것은 3루 주자를 잡기 위해 전진 수비를 취한 두산 내야수들의 수비위치였다.

먼저 말해두지만 야구에는 정답이 없다. 때로는 결과가 답이 된다. 특히 오늘 같이 1점이 결승점이 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벤치의 결단이 답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었다.   

우선 1) 타자 나지완의 주력  2) 두산 내야진의 경험과 능력  3) 투수 김강률의 구위와 노림수(몸쪽 직구로 먹힘 타구를 의도)  4) 9회초 두산 공격시 중심타순(3번 박건우부터)으로 시작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보면 양쪽 코너 내야수(1,3루)는 모르겠으나 유격수와 2루수는 더블 플레이를 잡을 수 있는 중간 수비 위치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내야수들의 집합체인 두산이었기에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건지도 모르겠다. 


미디어 데이 때 KIA 김기태 감독은 우리 팀의 에이스는 양현종이라고 말했다. 지면 안 되는 숙명을 어깨에 짊어진 에이스 양현종이 상대의 실수로 얻은 1점을 끝까지 지켜냈다. 리그 최고의 투수임을 다시 증명했다. 그리고 1승 1패의 균형이 맞춰졌다. 시리즈의 흐름을 가늠하는 유리함과 불리함의 저울추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정중앙에 맞춰졌다.  2017 한국 시리즈의 본격적인 승부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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