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광주의 공간 '품격'을 올리다..."우아한 투구"

입력 2017-10-27 08:31   수정 2017-10-27 08:52

양현종 "첫 번째 손짓은 가족, 다음은 칸베 코치님 위한 것"
양현종의 일본인 스승 "감개무량! 정말 나이스 피칭!"
칸베 전 KIA 투수코치 "대단한 노력의 결과로 양현종 훌륭한 선수 돼"
양현종, 8회에 두 팔을 흔든 것은 "팀이 조금이나마 힘이 났으면 해서"



양현종은 양현종이었다. 그는 ‘역대급’ 경기를 선보였다. 야구 역사에 남을 진기록이다.

명품 야구를 선보인 양현종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KS 최초 1-0 완봉승·8년 만의 셧아웃…`역시 양현종`
KIA `무타점` 승리도 한국시리즈 최초


KIA 타이거즈 왼손 에이스 양현종이 시즌 20승 투수의 위용을 뽐내며 한국 가을야구사를 새로 썼다.

양현종은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KBO 한국시리즈(7전 4승제) 2차전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완봉승을 거두고 KIA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양현종은 9회까지 KIA 마운드를 홀로 지킨 양현종은 4안타와 볼넷 두 개만 내주고 삼진 11개를 잡으며 무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양현종이 서술한 1-0 완봉승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역대 세 번째다.

양현종에 앞서 김일융(삼성 라이온즈)이 1986년 OB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주형광(롯데 자이언츠)은 1995년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1-0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1-0 완봉승은 양현종이 처음이다.

양현종이 만들어낸 경기는 특히나 점수 차와 상관없이 완봉승도 한국시리즈에서는 10번째, 포스트시즌에서는 21번째인 값진 기록이다.

아퀼리노 로페즈가 KIA 소속으로 2009년 SK 와이번스와 5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이후로 한국시리즈에서는 무려 8년 만이다.

1-0 경기는 한국시리즈에서 이번이 네 번째, 포스트시즌에서 12번째다.

KIA는 8회말 협살당할뻔한 김주찬의 득점으로 타점없이 승리를 챙겼다.

무타점 승리 역시 한국시리즈에서는 처음인 진기록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두산이 2005년 한화 이글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롯데가 올해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무타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한편, 두산 선발 장원준에 이어 8회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 상대로 공 세 개를 던지고 강판당한 함덕주는 최소 투구 패전 타이기록이라는 멍에를 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두 번째, 포스트시즌에서는 세 번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런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첫 번째 우승 당시인 2009년의 자신에 대해 평소 `코흘리개`라고 표현한다.

당시까지 `미완의 대기`였던 양현종은 배울 점이 많았던 투수였고, 그를 선발 투수로 길러낸 칸베 토시오(74) 코치에게 불호령을 듣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8년. 양현종은 에이스로 성장했고, KIA를 떠났던 칸베 코치는 제자의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을 보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양현종은 이날 9이닝 122구 11탈삼진 역투를 펼친 끝에 1-0 완봉승을 이끌었다.

두산 타자들을 짚단 쓰러트리듯 헤쳐나가던 양현종은 7회와 8회 이닝 교대 때 관중석을 향해 한 번씩 손짓했다.

경기 후 양현종은 "더그아웃 위를 가리킨 건 가족, 홈 쪽 가리킨 건 (칸베) 코치님을 위한 것이었다. 오늘 구장에 딸과 가족이 모두 왔다. 함께 해서 힘이 났다. 코치님은 `이기는 경기가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오늘 꼭 이기고 싶었다. 코치님이 계실 땐 `나이스 피칭`이라는 얘기 한 번도 못 들었다. 항상 채찍질하고 부족하다고 하셨다. 그만두고 오셨을 때야 `나이스 피칭`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마냥 어린 내가 아니라 에이스로 한 게임 책임질 수 있다는 걸 보여드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야구 하며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것도, 집중한 것도 처음이다. 7회까지 던지고 싶었는데, 이대진 코치님이 계속 가자고 하셨다. 8회 점수가 난 덕분에 9회까지 던졌다"고 말했다.

평소 세리머니를 자주 하지 않는 양현종이지만, 이날 8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에는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보였다.

양현종은 겸손했다. 양현종은 "우선 두산 팬과 선수에게 죄송하다. 하지만 저희 팀이 조금이나마 힘이 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했다. 저도 모르게 리액션이 크게 나왔다. 하고 나서는 `이 정도까지 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운 좋게 점수 뽑아줘서 이겼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현종의 `완봉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양현종은 6회 김재환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을 최대 고비로 꼽으며 "재환이는 시리즈 내내 힘이 좋았다. 왼손 투수로 왼손 타자에게 던질 구질이 한정돼 있어 가장 집중해 상대했다. 낮게, 깊숙하게 던지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9회 말 2사 후 12구 대결을 펼친 양의지에 대해서 양현종은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국 최고의 포수고 힘 있는 타자다. 실투만 안 던지자고 생각했다. 변화구보다는 직구로 힘 있게 대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은 포수 한승택과의 호흡도 좋았다.

양현종은 "작년 와일드카드 때 함께 해보고 나이도 어리지만 대단한 포수라고 생각했다.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다. 오늘도 흠잡을 데 없는 리드를 했고, 안 좋을 때마다 와서 얘기도 해줬다. 장래가 밝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양현종은 상대 선발 장원준과 대결을 떠올리며 "우리나라 최고 좌완 투수 원준이 형과 대결해 영광이다. 이기고 싶었다. 언제 다시 나갈지 모르겠지만, 좋은 컨디션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양현종(이 명품 투구로 팀을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로 이끈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는 특별한 외국인 손님이 와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인 시절 양현종을 선발투수로 조련한 칸베 토시오(74·일본) 전 KIA 투수코치다. 양현종은 자신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스승을 직접 초청했다.

양현종은 스승 앞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칸베 전 코치는 경기 종료 후 양현종을 만나 눈부신 피칭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는 이어 기자들에게 "2008, 2009년에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밤 훈련하고 캠프에서는 (하루) 35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며 "그런 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런 선수가 돼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이날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코치님이 날 가르치실 때는 `나이스 피칭`이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하셨는데 그만두시고 (한국에) 오셨을 땐 그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전해 들은 칸베 전 코치는 껄껄 웃으면서 "그때는 엄하게 훈련시켰다"며 "힘든 훈련을 버텨냈기에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고 제자를 재차 칭찬했다.

칸베 전 코치는 자신이 양현종을 키워낸 지도자로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본인이 노력해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공을 제자한테 돌렸다.

그는 "사실 내가 할 말이 별로 없다"면서도 "굳이 말하자면 감개무량하다. 정말 나이스 피칭!"이라고 흐뭇해했다.

양현종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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