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국사 터에서 '고려 혜거국사' 비석조각 실물 첫 발견

김아미 기자 2017. 10.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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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종의 다섯 종파 중 하나인 '법안종'(法眼宗)을 배워 고려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진 10세기 유학승 영국사(寧國寺) 혜거국사(慧炬)의 비석 조각 실물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학계에서 혼동돼 왔던 영국사 절 터의 위치와 건립시기를 비롯해, 영국사 혜거국사가 고려 최초의 국사인 갈양사 혜거국사(惠居)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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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재연구소 '도봉서원' 하층 발굴현장 공개
"고려 최초 국사인 '갈양사 혜거국사'와 동명이인"
영국사 혜거국사비 비편 실물(왼쪽)과 탁본. (문화재청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중국 선종의 다섯 종파 중 하나인 '법안종'(法眼宗)을 배워 고려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진 10세기 유학승 영국사(寧國寺) 혜거국사(慧炬)의 비석 조각 실물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학계에서 혼동돼 왔던 영국사 절 터의 위치와 건립시기를 비롯해, 영국사 혜거국사가 고려 최초의 국사인 갈양사 혜거국사(惠居)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도봉구청(청장 이동진)과 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스님)가 조사하고 있는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道峯書院) 하층 발굴현장에서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비편 실물이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1668)에 비문의 일부인 88자만 탁본으로 전해오고 실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사 혜거국사비 집자비교. (문화재청 제공)© News1

도봉서원은 선조 6년인 1573년 정암 조광조(1482-1519년)를 추존하기 위해 옛 영국사의 터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08년 중건된 후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헐어내기까지 약 260여년 간 유지됐다. 지금은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8호로 지정돼 있다.

혜거국사는 고려시대 전기 '법안종풍'을 일으킨 광종(재위 949~975)이 불교를 개혁하고 선교 양종(禪敎 兩宗)을 통합하고자 도입했던 법안종을 고려에 처음으로 전파한 승려로 추정된다.

송나라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서는 국왕이 유학 중인 스님에게 사신을 보내어 예로서 맞이했던 왕사(王師)였으며, 위봉루(威鳳樓)에서 설법한 사실도 전해지고 있다.

영국사 중건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전한다. 세종 때에는 진관사(서울 은평구)의 수륙재를 영국사에서 거행하는 것이 논의됐으며, 세조의 축수재를 봉행할 정도로 사세가 높았던 사찰이다. 지난 발굴조사에서 효령대군이 영국사가 중창될 당시 대시주한 사실이 기록된 기와가 확인된 바 있다.

영국사 혜거국사비 비명 부분. (문화재청 제공) © News1

이번에 발견된 비편의 크기는 길이 62㎝, 폭 52㎝, 두께 20㎝다. 발견된 비편에는 총 281자가 새겨져 있다. 연구소 측은 "이 중 256자의 해독에 성공하면서 이제까지 학계에서 혼동해왔던 영국사의 정확한 위치와 건립 시기를 분명히 알아냈다" 며 특히 "동명이인이 있어 혼선을 빚던 혜거국사의 정확한 법명도 알아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진행된 발굴조사에서는 도봉서원이 영국사의 일부 건물과 기단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중심 건물지에서 고려시대 금속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금동제 금강저와 금강령을 비롯해 국보급 청동 불교용구가 77점이 출토된 바 있다.

도봉서원 보존정비구역 발굴조사 출토유물일괄. (문화재청 제공) © News1

연구소는 이번에 발견된 비편을 판독한 결과, 비석에 쓰인 '견주도봉산영국사…'(見州道峯山寧國寺)라는 글자에서 지금까지 '영동지륵산영국사'로 잘못 알려졌던 혜거국사비의 출처를 확인했다.

또한, 고려시대 하층유구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의 기와(중판선문 기와)와 건물지 기단을 통해 영국사가 통일신라 시대에는 창건돼 있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영국사 혜거국사가 고려 최초의 국사인 갈양사 혜거국사와 동일인물로 혼용돼 왔으나 동시대를 함께한 동명이인인 것도 밝혔다.

영국사 절 터와 혜거국사비 비편 발굴현장은 27일 오전 10시 설명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도봉서원 전경. (문화재청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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