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①] 조성모 "TV에 나오지 않을 뿐 아이돌 스케줄 뺨치죠"

입력 2017. 10. 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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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는 TV에서 잠시 모습을 감춘 사이 음반기획사 ‘아프로뮤직’을 이끄는 프로듀서, 음반제작자로 변신했다. 11월이면 신인가수 두 명을 데뷔시킬 예정이다. 그 자신도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지만 “새 음반은 때가 되면 내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제공 | 아프로뮤직
■ ‘아프로뮤직’ 대표 조성모 난 데뷔하고 10년간 실패한 적이 없었죠 한때 하루에 비행기 4번 탈 정도로 바빠 일찍 꿈 이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소담하게 음악하는 친구들 돕고 싶었죠 자비로 차린 회사…하나하나 내 손으로 내 노래? 사람들이 원할 때까지 기다려 아이가 곧 세 살…육아프로 섭외 잇따라 늙지 않는 비결? ‘1일1팩’과 잘 웃는 거

가수 조성모(40)의 이름 앞에, 이제는 프로듀서 혹은 제작자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한다. 한동안 음반이나 방송출연이 주춤하다 싶더니 ‘아프로뮤직’이라는 레이블을 설립해 신인가수들 음악작업에 한창이다. “밤새 작업할 때가 많아 아침에서야 경기도 파주 집으로 퇴근한다”고 했다. 조성모를 ‘여기자들의 수다’에 초대했다. 몇년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인터뷰도 오랜만이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 넉살이 늘었고 웃음도 많아졌다. 아빠가 됐고, 40대에 접어들어 생긴 여유 같았다.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그를 보고 있자니, 이제 막 출발하는 레이블이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만들어낼 거란 예감도 들었다. 아프로뮤직을 설명하던 조성모는 “서울 상암동 월세가 너무 비싸 길 건너 수색에 있는 건물 한 층에 사무실을 차렸다. 넉넉지 않아 회식 땐 소고기 대신 오리고기를 주로 먹는다”고 했다. “그래도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TV에 나오지 않을 뿐이지 바쁘게 잘 지낸다. 밤새는 날도 많다. 아이돌 스케줄 못지않을 것 같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라디오(KBS2라디오 ‘행복한 두시 조성모입니다’)를 진행하고 회사로 간다. 투자 받아 회사를 차린 게 아니라 자비로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내 손으로 직접 하는 일이 많다. 비용절감도 중요하니까. 회사를 운영해보니 나를 만들어주고, 도와준 사람들의 노고를 새삼 알게 됐다.”

-레이블이 ‘아프로뮤직’인데, 특별한 뜻이 있나.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라고 시작하는 동요가 있지 않나. 그처럼 우리만의 음악으로 앞으로(아프로) 나가고 싶어 지었다. 하하! 레이블이 정착되고 음악도 쌓이면 소속 뮤지션들과 공연도 할 거다. 그 때 ‘앞으로’를 오프닝으로 할 거다.”

-발라드 가수에서 프로듀서 변신이 새롭다.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다. 데뷔하자마자 너무 큰 인기를 얻었다. 신인인데 시상식에서 대상까지 받고 앨범도 100만 장이나 팔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이지.”

1집 To Heaven 당시 조성모. 사진|유튜브 캡쳐
-그땐 하루 스케줄이 몇 개나 됐나.

“여덟 개? ‘살인적’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하루에 지방을 오가느라 비행기를 네 번 탄 적도 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그 4년간의 기억이 내 머리에서 한 토막 사라진 것 같다. 기계같이 움직였다. 피곤해서 졸다가 카메라 불 들어오면 인사하고 노래했다. 큰 사랑을 받은 감사한 순간이었지만,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더 이상 이루고 싶은 꿈도 없었으니까.”

스무 살에 데뷔한 조성모는 첫 노래 ‘투 헤븐’부터 대박을 쳤다. 이병헌, 김하늘이 출연한 드라마 같은 뮤직비디오는 지금도 기억되는 명작. 이후 발표하는 노래마다 히트를 쳤고, 10여 년 동안 인기는 계속됐다. 그 때 주위에선 ‘30대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인기는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았다. 화려한 20대를 보내고 맞이한 30대는 예상대로 녹록치 않았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탓에 음악 대신 몇 년간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다. 조성모는 “마음이 많이 약해진 때”라고 했다.

“여러 사정으로 뮤지컬을 3년 동안 했다. 굉장히 소중한 무대지만 내가 꿈꿨던 일이 아니니까 한편으론 상실감이 컸다. 그때 ‘이쯤에서 그만하자’ 싶더라. 아버지도 많이 편찮으셨고. 아무리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 해도, 정기적인 수입이 없으면 불안하다. 나도 그랬다.”

-어려움을 겪었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밝아 보인다.

“3년 전쯤인가. 삶에 안주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간 모험심이 생겼다. 꿈을 일찍 이룬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소담하게 음악을 하려는 친구들을 돕고 싶었다. ‘드리머’가 아니라 ‘드림 메이커’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11월에 음반을 내는 강현준, 강건이라는 신인가수가 있다. 자부심 갖고 작업하고 있다.”

-앨범 재킷 디자인,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직접 한다든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 재킷 촬영, 앨범 디자인, 뮤직비디오까지 다 한다. 저렴한 중고 카메라 사서 연습하고, 편집 공부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도 봤지만 성에 안차서 하나씩 배우면서 하고 있다. 그러니 잠 잘 시간이 없지.”

-몇년간 보기 어려웠다.

“2013년 ‘히든 싱어’, 그 다음해에 ‘SNL코리아’에 출연했다. 그걸 계기로 일이 잘 풀렸다. 그 직전엔 ‘더는 이룰 게 없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SNL코리아’ 출연을 끝으로 방송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걸 재미있게 꺼내놓고, 팬들에게도 마지막 인사 하려고 나갔다. 은퇴 선언하려 나간 프로그램인데, 방송 뒤 갑자기 CF 제의가 오더라. 하하! 반응도 뜨거워졌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히든싱어 출언 당시 조성모. 사진제공|jtbc
조성모는 인터뷰에서 자주 책의 문구를 인용했다. ‘장자’의 한 구절을 읊기도 했고, 스티브 잡스 자서전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그는 책을 통해서도 지혜를 얻는 듯 보였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픽사로 쫓겨났을 때 쓴 글이 있다. 성패를 떠나 잠시 애플을 벗어났을 때가 가장 창조적인 시기였다는 회고다. 정말 와 닿았다. 비록 지금 나도 아무런 결과가 없고, 이제 한 걸음 내딛는 거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밀리언셀러’의 영광이 그리울 때는 없나.

“데뷔하고 10년간 실패한 적이 없었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된 적도 없었고. 모든 걸 이루고 나니 느낌이 오더라.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나. 지나온 것들을 생각하면 상실감밖에 들지 않는다. 없어진 과거다. 그 때 받은 트로피가 지금은 하나도 없다. 그 순간만 마음에 담아뒀다. 두려움이 없는 지금이 행복하다. 나에게 당당해지지는 마음이다.”

-20주년 앨범은 계획중인가.

“완성한 노래도 있고 만들어가는 노래도 있지만 특별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뭔가를 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언젠가 기회가 있지 않겠나. 사람들이 ‘이제 조성모의 노래를 하라’고 할 때가 있을 거다. 기다리고 있다.”

-윤종신의 ‘좋니’가 잘됐는데, 감회가 새롭지 않았나.

“희망을 느꼈다. 음악이 좋으면 역시 알아주는구나, 될 수 있구나, 그런 가능성을 봤다.”

-방송출연은 안할 생각인가.

“사실 육아프로그램 섭외는 많다. 지금 방송하는 육아프로그램 제작진들과 미팅은 한 번씩 한 것 같다. 고민이다. 곧 아이가 세 살인데, 귀한 자식일수록 숨어 키우라는 말도 있고.”

조성모. 사진제공|아프로뮤직
-결혼 5만에 얻은 첫 아들이라 더 귀할 것 같다.

“아내(연기자 구민지)가 고생 많이 했다. 아직 아이인데도 남자답다. 울지 않고 버럭 화를 낸다. 하하! 웃음소리도 화통하고. 캐릭터가 분명하다. 재미있는 녀석이다.”

-노래 재능은 어떤가. 아빠를 닮았나.

“흥은 있는데 끼가 없다. 사람들 앞에서 나서지 못한다. 가수는 어려울 것 같고 작곡이나 프로듀서는 가능할 것도 같다. 그래도 가수는 안했으면 좋겠다. 아들은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직장을 얻어 평탄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많이 벌지 못해도 보통의 삶을 살았으면 한다.”

-30대 조성모와 40대 조성모를 비교한다면.

“아빠가 됐으니 달라졌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아들이 지켜볼 거라 생각하니 함부로 살면 안 된다. 아들이 태어났을 땐 좀 섭섭했다. 나를 하나도 안 닮아서 실망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내 어릴 때 사진을 봤는데, 거기 내 아들 얼굴이 딱 있더라. 하하! 얼마 전에 SNS에 아들과 찍은 사진을 올렸더니 한 누리꾼이 ‘조매실 주니어’라는 댓글을 달았더라. 아직도 그러는 사람이 있다.(웃음) 그 댓글을 조용하게 지웠다. SNS는 내 것이니 괜찮다.” -여전하다. 늙지 않는 비결이 궁금하다.

“‘1일1팩’ 정도? 주름이 자꾸 늘어난다. 비결이라면 잘 웃는 거다. 웃음 전도사가 됐다. 웃으면 일도 잘 풀리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어떤 일이 닥쳐도 고집스럽게 웃어라’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힘들 때도 웃으면 행복한 기운이 퍼진다.”

-앞으로 계획은.

“아프로뮤직이 재미난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죽을 때까지 음악하려고 만든 회사다. 지분을 나눠 준 것도 없고, 어렵다고 팔 것도 아니다. 11월에 신인가수 두 명을 소개하고 그 이후에 또 다른 가수도 준비하고 있다. 그게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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