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양현종의 희망가 "특별한 가을, 우승으로 기억하길"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7 06: 56

완벽한 투구였다. 한창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던 두산 타자들도 '대투수' 양현종(29·KIA) 앞에서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특별한 가을, 우승으로 마무리 짓고 싶다'는 각오가 만든 결과다.
KIA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내내 이어진 0의 균형이 깨진 건 8회. KIA는 1사 1·3루서 나지완의 3루 땅볼 때 협살에 걸렸던 김주찬의 재치있는 주루로 결승점을 얻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양현종이 빛났다. 마치 장판파에 선 장비와 같은 기세. 양현종은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둔 건 양현종이 열 번째다. 타이거즈 역사상 4번째 완봉승. 선동렬 전 감독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1차전 3-5 분패로 첫 단추가 어긋났던 KIA. 이날 승리로 1승1패 균형을 맞췄으며 분위기까지 챙겼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잠실구장으로 이동, 세 경기를 치른다.
첫 타자 민병헌 상대로 다소 긴장한 듯했던 양현종은 1회 1사 2루 위기를 넘기면서 안정을 찾았다. 5회 선두 오재일에게 우전 안타를 맞기 전까지 12타자 연속 범타 처리. 6회와 7회, 득점권 위기에 내몰렸지만 삼진쇼로 위기를 탈출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2사 후 양의지를 11구 만에 삼진 처리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직후 만난 양현종은 상기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 야구하면서 이렇게 젖먹던 힘까지 쏟은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1패로 몰린 상황은 양현종에게도 분명 부담이었다. 그는 "만일 2차전도 패했다면 시리즈 전체가 기울어졌다. 오늘 어떻게든 승리해야 잠실로 이동해도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욱 집중했다"라고 강조했다.
긴장한 상태였지만 구위는 빼어났다. 그는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았다. '내 공만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경기 초반부터 속구 위주로 자신있게 풀어갔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양현종의 122구 중 최고구속 148km에 달하는 속구만 80구였다. 속구 구사율이 65.6%.
이날 우효동 구심은 낮은 쪽에 후했다. 양현종과 한승택 배터리는 이를 기민하게 파악했다. 양현종은 "시즌 때는 높은 공으로 뜬공 유도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오늘 구심께서 낮은 공에 후했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양현종이 잡은 11개의 삼진 중 여덟 번의 '위닝 샷'이 속구였다.
2009년 우승 멤버 양현종의 네 번째 포스트시즌. 양현종은 6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와 입맞췄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미부여는 자제했다. 양현종은 "원래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주면 더욱 힘이 나는 스타일이다. 비록 오늘 득점 지원이 적었지만 수비에서 너무 잘해줬다. 타자들이 힘겹게 뽑아준 점수를 지키기 위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라고 담담히 밝혔다.
이날 양현종은 두 차례 세리머니를 했다. 7회에는 홈플레이트 위쪽을 가리켰고, 8회 종료 후에는 3루 더그아웃 쪽으로 양 팔을 휘저으며 함성을 이끌었다. 첫 번째는 '은사' 간베 토시오 코치, 두 번째는 팀 동료들이 대상이었다. 양현종의 뜻과 달리 이를 지켜본 KIA 팬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물론 이로 인해 양현종이 힘을 얻었음은 당연했다.
양현종은 인터뷰 말미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벅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경기가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려면 우승을 해야 한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양현종의 네 번째 가을. 그 결과가 'V11'로 마무리 될까. 만일 그렇다면, 2차전 양현종의 투혼은 그 분기점이 될 것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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