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야구의 묘미' 보여준 양현종-양의지 11구 진검승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0.27 06: 55

야구의 묘미를 보여준 진검승부였다. 
KIA-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 주인공은 두 말할 것 없이 양현종(29)이었다.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한국시리즈 최초로 1-0 완봉승 투수의 주인공이 되며 KIA를 구했다. 
하이라이트는 두산 마지막 타자 양의지와 승부였다. KIA가 1-0으로 앞선 9회초 2사 1루. 8회말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을 내준 양의지가 독기 가득한 눈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일발 장타력을 갖춘 양의지가 나오자 KIA도 이대진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한 템포 끊고 갔다. 양현종의 투구수는 111개. 

힘이 떨어질 수 있었지만 양현종의 초구는 몸쪽 낮은 142km 직구였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볼. 이어 2구째도 몸쪽 낮게 같은 속도의 직구가 들어왔다. 양의지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고, 타구를 높게 띄웠지만 3루 측 관중석으로 향하는 파울. 
뜬공 타구가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양현종은 3구째도 직구를 택했다. 높게 들어간 143km 하이 패스트볼에 양의지의 배트가 밀렸다. 백네트를 맞히는 파울. 1-2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양현종은 1루 견제구를 던진 뒤 4구째를 뿌렸다.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잘 떨어지지 않았고, 다시 파울로 연결됐다. 
5구째 양현종의 선택은 직구였다. 144km 직구를 몸쪽 높게 꽂았고, 양의지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파울로 커트했다. 이에 양현종은 연속 변화구를 던져 유인했지만 양의지의 대응력도 만만치 않았다. 6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은 밀어쳐 1루측 파울로 만들었고, 7구째 낮게 떨어진 슬라이더는 잡아당겨서 3루측 파울로 만들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양의지가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자 KIA 포수 김민식이 마운드에 올라가 양현종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부터 양현종은 다시 직구로 정면승부했다. 8구째 144km 직구를 몸쪽 낮게 찔러 넣었지만 양의지도 당황하지 않았다. 짧고 간결한 스윙으로 다시 3루측 파울. 부러진 배트를 바꾸는 사이 그라운드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7연속 파울. 양현종은 9구째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양의지의 배트가 반응하지 않았다. 볼카운트 2-2. 10구째도 직구였다. 바깥쪽 높게 들어가자 양의지의 배트가 움직였지만 다시 한 번 백네트로 향하는 파울이 됐다. 일진일퇴 승부. 양 팀 덕아웃와 경기장 모든 관중들의 손에 땀을 쥐는 승부는 결국 11구째에 갈렸다. 
양현종은 또 몸쪽 높은 직구를 택했다. 구속은 142km로 경기 초반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깊고 정교하게 들어간 공, 마침내 양의지의 배트가 헛돌았다. 11구 만에 헛스윙 삼진. 양현종은 투구 후 펄쩍 뛰어오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의지는 고개를 푹 숙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마지막 양의지에게 던진 11구 중 양현종은 8개를 직구로 승부했다. 110구 이상 던져 힘이 빠졌지만 오히려 과감하게 정면으로 들어갔다. 양의지 역시 7연속 포함 8개의 파울로 만들어내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삼진 아웃으로 경기가 끝났지만 끈질긴 승부로 양현종과 함께 야구의 묘미를 보여줬다. /waw@osen.co.kr
[사진] 양현종-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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