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고기, 창가 자리 달라던 그 손님..안나타났다

남형도 기자 2017. 10. 2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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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예약만 하고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식점·미용실·네일숍·병원·숙박업소 등 업종을 막론하고 예약 부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애견미용숍을 운영하는 사장 서모씨(38)는 "하루에 10명이 예약한다고 하면 2~3명은 노쇼"라며 "다른 손님을 못받게 해놓고 나타나지 않아 꼼짝없이 시간만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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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미용실·병원 등 '노쇼' 피해 막심, 별다른 방안 없어 자영업자들 속앓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40)는 최근 노쇼(No-Show·예약을 한 뒤 취소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손님) 때문에 손해를 봤다. "금요일 저녁 7시 10명 정도 단체석을 마련해달라"며 "창가 자리에 고기도 좋은 것으로 준비해달라"고 말한 손님이 연락도 없이 오지 않은 것. 박씨는 메뉴까지 확인한 뒤 준비를 마치고 그 시간대 문의한 다른 예약도 받지 않으며 손님을 기다렸지만 예약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예약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손님은 "다른 곳으로 왔다"며 전화를 뚝 끊었다.

손님이 예약만 하고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식점·미용실·네일숍·병원·숙박업소 등 업종을 막론하고 예약 부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자구책 마련도 하고 있지만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노쇼' 논란은 지난 15일 한 식당 주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탄하는 글을 올리면서 다시금 불거졌다. 한 회사가 400명 식사를 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이후 해당 회사가 롯데건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롯데건설 측은 "300명을 예약했고 못 갈 수 있으니 수저·반찬 등 기본 세팅만 해달라고 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자영업자들은 기다렸다는듯 '노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애견미용숍을 운영하는 사장 서모씨(38)는 "하루에 10명이 예약한다고 하면 2~3명은 노쇼"라며 "다른 손님을 못받게 해놓고 나타나지 않아 꼼짝없이 시간만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가장 바쁜 주말에 3마리를 미용시키겠다고 해놓고 나타나지 않아 전화했더니 '바쁘다'며 끊더라"라고 덧붙였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 치과에서 근무하는 윤모씨(44)는 "진료 예약을 취소할 경우 최소 하루나 이틀 전에는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 하지만 하루 평균 10~15명 꼴로 노쇼가 발생한다"며 "진료가 정말 필요한 환자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여행객의 노쇼는 심각하다. 최근 일본 도쿄에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이준석씨(29)는 "유명한 일식당에 예약을 하려고 봤더니 한국 사람들은 예약을 안받는다고 하더라"라며 "이유를 물었더니 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태국 식당 주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인이 '띵똥'으로 불린다. 태국어로 '정신나간 사람'이라는 뜻인데, 한국인들이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 행태로 인해 붙여진 별명이다.

노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극심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과 병원,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 등 5대 서비스 업종에서 지난해 한 해 예약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은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노쇼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소재 네일숍 사장 한모씨(36)는 "자주 예약을 취소하는 손님에게는 예약이 꽉 찼다고 하는 등 핑계를 대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안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소재 식당 주인 김모씨(37)는 "예약 1~2시간 전에 다시 확인하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노쇼는 여전하다"며 "예약문화에 대한 손님들의 근본적인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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