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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봉 역투' 양현종, 은사 향한 감동의 세리머니

2008년부터 2년간 지도한 칸베 코치…"대단한 투수 됐다"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2017-10-27 06:00 송고
26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1대0 완봉승을 거둔 KIA 선발 양현종이 관중석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2017.10.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26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1대0 완봉승을 거둔 KIA 선발 양현종이 관중석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2017.10.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난 26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양현종(28·KIA 타이거즈)은 7회와 8회 두 차례나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가락으로 관중석을 가르키기도 했고, 양 팔을 휘두르며 동료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경기 도중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양현종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세리머니'였다.
양현종은 이날 9이닝 122구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한국시리즈 사상 첫 1-0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양현종으로부터 세리머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오늘 경기장을 찾은 우리 가족들, 그리고 칸베 코치님을 향한 것이었다"고 했다.

일본인인 칸베 토시오(74) 코치는 양현종의 '풋내기' 시절을 함께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KIA의 젊은 투수들을 조련했다. 2009년에는 KIA의 9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기도 했다.
2009년 시즌이 끝난 뒤 건강이 나빠져 팀을 떠났던 칸베 코치는 지난 24일 오랜만에 광주를 찾았다. '애제자' 양현종의 초청 때문이었다. 양현종은 다시 한국시리즈에 나가면 모시겠다는 약속을 했고, 자신의 등판일에 맞춰 칸베 코치가 왔다.

양현종은 이날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은사' 칸베 코치를 흐뭇하게 했다. 7회를 마친 뒤에는 힘에 부쳐 그만던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기에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양현종이 8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자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에이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양현종 역시 여느 때와는 다르게 큰 액션을 선보이며 화답했다.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난 뒤 함께 한 칸베 토시오 코치와 양현종. © News1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난 뒤 함께 한 칸베 토시오 코치와 양현종. © News1

양현종은 "사실 시즌 때는 상대팀을 생각해서라도 액션을 크게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제가 이런 액션을 하면 팀원들이 힘이 날 것 같았다"고 했다.

'은사'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사실 칸베 코치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었다. 8년 전, 마냥 어렸던 내가 아니라 팀 에이스로서 한 게임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뿌듯했다. 경기 후 '나이스 피칭'이라는 말도 들어서 스스로 기분이 좋았다"며 웃어보였다.

부쩍 성장한 제자의 완벽한 투구를 현장에서 지켜본 칸베 코치도 흐뭇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이날 양현종의 투구에 대해 "한마디로 감개무량, 정말 나이스 피칭이었다"며 웃었다.

칸베 코치는 "내 덕분이라기 보다는 본인이 그만큼 많은 노력한 덕분이다. 팀 관계자들과 다른 사람들도 많이 도와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종과 함께 했던 8년전을 떠올리기도 했다. 칸베 코치는 "2008년과 2009년, 양현종은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밤 훈련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35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 본인의 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 정도의 선수가 된 것"이라며 칭찬했다.

8년 전, 21세의 양현종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았다.

힘겨웠던 그때를 함께했던 노 코치와 재회한 양현종은, 누가 뭐래도 국내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면서 은사에게 감사표시를 제대로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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