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채일의 캠핑카로 떠나는 유럽여행(3) 로마에서 인도 받은 잘 생긴 시트로엥 캠핑카 첫 방문지 '아말피'로 가는 길 교통체증 심해 날 어두워 고속도로 휴게소서 첫날밤 지내기로
사람들에게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해외여행이란 답이 돌아온다. 그만큼 해외여행은 은퇴자에게 로망이다. 그러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여행처럼 빤한 여행은 재미없다. 좀 더 개성 넘치는 방법을 찾아보자. 부부가 단둘이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움직이는 집’인 캠핑카는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숙박비와 식비를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인 여행이 된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낭만을 싣고 유럽 땅을 종횡무진 달리는 캠핑카 여행에 인기 스토리텔링 블로거 장채일 씨(jangchaiil@hanmail.net)가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편집자>
드디어 로마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로마의 피우미치노 국제공항(FCO)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비행기를 설계한 사람이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니까 이탈리아의 첫 관문인 로마공항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이름은 없으리라.
2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로마는 땅만 파면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는 곳이다. 오후 늦게 로마에 도착해 다음 날 하루 시내 관광을 할 겸 일단 로마의 중앙역인 테르미니역 인근의 호텔에 묵기로 했다.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트레비분수 등 유명한 관광지와 바티칸시국은 대부분 테르미니역을 중심으로 몇 정거장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시내 전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서울의 지하철에 비하면 로마의 지하철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걷는 내내 눈이 바쁜 것을 보니 여기가 로마는 로마인가보다.
로마에서의 짧은 도보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캠핑카를 인도받기 위해 렌트회사를 찾았다. 주차장에는 우리가 빌린 단출한 2인용 캠퍼(Camper)부터 4~5인용, 심지어는 대형버스를 통째로 개조한 럭셔리 캠핑카 등이 즐비하다.
━ 난생 처음 운전하는 캠핑카
예약확인과 보험가입을 마친 후 인도받은 캠핑카. 출고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잘생긴 자주색 시트로앵 차량이다. 난생처음 운전하는 캠핑카! 다양한 기능과 사용법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드디어 운전대를 잡았다.
이제 첫 방문지로 점찍어 놓은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Amalfi) 해안으로 출발이다. 그런데 차량 인수 과정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나 보다. 로마에서 아말피까지는 대략 서울에서 전주간 거리. 해가 진 후에 익숙하지 않은 차로 아말피 해안도로 입구에 위치한 캠핑장을 찾아가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다. 설상가상으로 고속도로 입구부터 퇴근차량과 섞여서 거북이 걸음이다. 이러다간 고속도로로 진입하기도 전에 날이 어두워질 판이다.
나도 모르게 조급한 성질머리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한걸음이라도 앞서가기 위해 옆 차선에 자꾸 눈길이 간다. '서울에서 갈고 닦은 운전 실력 한번 보여줘? ' 느긋하고 여유 있는' 여행을 다짐했던 마음가짐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성급함과 성마름이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잡는다.
불안한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한마디 날린다. "여보, 이거 캠핑카잖아. 오늘 안에 못가면 어때. 차에서 이불 펴고 자면 되는 거지~"
멀리 고속도로 휴게소가 보인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이곳에서 지내야 될 듯 싶다. 이런 된장! 캠핑카 여행 첫날부터 노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