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2] '이것이 KS다' 정상급 좌완의 품격 넘친 투수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6 21: 46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던 타격전 양상은 온데간데 없었다. 리그 최고 좌완투수 양현종(KIA)과 장원준(두산)이 명품 투수전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0-0으로 팽팽하던 경기는 8회 김주찬의 결승득점으로 희비가 갈렸다.
승패는 엇갈렸지만 양 팀 투수들의 투수전은 돋보였다. 양현종은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둔 건 양현종이 열 번째다. 장원준도 7이닝 4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안 밀렸다.

양현종은 1회 선두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 선발등판. 다소 힘이 들어가며 제구가 되지 않았다. 양현종도 "막상 시합이 시작되면 긴장이 될 것 같다. 얼마나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염려한 바 있다.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양현종은 이때부터 위력을 되찾았다. 박건우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김재환을 2루 땅볼 처리하며 1회를 마쳤다.
이때부터 경기는 양현종의 페이스였다. 양현종은 4회까지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2회 양의지, 3회 김재호, 4회 박건우와 김재환을 차례로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날 경기 첫 안타를 5회 선두 오재일에게 맞았으나 후속타는 없었다. 양현종은 몸쪽 낮은 속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고루 섞어던지며 타이밍을 거듭 빼앗았다. 5회까지 투구수는 단 60개에 불과했다.
장원준도 이에 질세라 호투로 화답했다. 삼자범퇴 이닝은 없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시작은 불안했다. 1회 선두 이명기의 유격수 빠른 타구를 김재호가 더듬으며 실책 출루. 하지만 장원준은 흔들리지 않고 김주찬을 유격수 병살타 처리했다. 후속 로저 버나디나에게 볼넷에 도루까지 내줬지만 최형우를 1루 땅볼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2회에는 2사 후 이범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큰 위기는 아니었다. 3회 1사 후 이명기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헌납했으나 김주찬을 다시 한 번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4회, 버나디나에게 안타를 헌납하고도 견제로 그를 잡았다. 후속 최형우의 2루타 때 실점하지 않은 이유다. 장원준은 5회까지 3안타 3볼넷을 내주고도 모두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앞선 포스트시즌, 특히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는 선발투수 수난시대였다. 정작 '판타스틱4'라고 불리던 두산 선발진은 맥을 못 췄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진 건 시작이었다. 이후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했지만 장원준(5⅓이닝 6실점), 마이클 보우덴(3이닝 3실점), 유희관(4⅔이닝 4실점)은 모두 고전했다. NC는 불 붙은 두산 타선에게 4경기 50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단기전에서는 팀에서 동원 가능한 최고의 투수들이 나오기에 득점력이 급감하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내내 이어지던 타고투저 흐름의 반복이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물론 두산 타자들이 플레이오프에서 잘 친 건 맞다. 그러나 그 흐름이 한국시리즈에도 되풀이되면 야구의 수준을 걱정해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보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을 지켜본 팬들의 눈을 호강시키는 국가대표 좌완의 맞대결. 시리즈 품격을 한껏 끌어올린 명승부였다. /ing@osen.co.kr
[사진] 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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