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역행' 반대 무릅쓰고 '소방직 국가직화' 결정 왜?
재정 열악한 충북 세종 충남은 기준인력 절반에 미달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정부가 26일 지방직 소방공무원 4만4792명 전원을 국가직으로 전환 결정을 한 배경에는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공약으로 약속한 가운데 조종묵 소방청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며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소방조직은 소수의 중앙직 공무원과 대다수의 지방직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주로 소방청에 근무하는 고위직들은 국가직이 많은 반면, 현장에서 뛰고 있는 하위직 대부분은 지방직이다. 4만5000여명에 달하는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 전환을 원하는 이유는 시·도별로 다른 소방관 처우가 우선 거론된다.
23일 소방청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용하는 국가직 소방공무원은 올 7월 기준으로 583명이고 나머지 4만4792명은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이다.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은 18개 시·도 소방본부에 소속되어 지자체로부터 재정적 지원 뿐만 아니라 임용권을 갖고 있는 시·도지사들의 지휘를 받는다.
각 지자체별로 재정여건이 다르다보니 지급된 장비의 품질 뿐만 아니라 처우도 제각각이라 각종 재난에 균일한 안전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시도별 예산 배정에 따라 장비지급이나 인력지원, 초과근무수당 등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인력충원이 절반도 되지 않는 지역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한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부족한 현장 소방인력만 1만9254명에 달하고 있다. 서울은 기준인력 대비 94%의 소방인력을 확보한 반면 충북(42%) 세종(48%) 충남(49.96%)은 기준인력에서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인력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된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의 경우도 경포119안전센터는 3교대 기준 31명이 근무해야 하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16명만 근무하다 2명이 희생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초과근무수당 소송 7677건, 2천억원에 달해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방관에게 수당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행안위 소속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현재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소송은 7677건이며 미지급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강원소방본부 소속 한 소방관은 "소방관들의 요구는 지역이 다르더라도 지방조직까지 처우가 동일한 경찰처럼 해 달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균등한 처우를 받아야 시민들에게도 균등한 안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휘체계 일원화 문제도 국가직화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현재 소방관들은 소방청장과 소속 시도지사로부터 각각 지휘를 받고 있다. 갈수록 재난규모가 커지고 복잡해 지는 상황에서 지휘체계 이원화는 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소방청장과 시·도 소방본부장, 소방서장으로 일사분란한 지휘체계 확립되어야 원활한 구조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직 국가직화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정부가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예산문제와 지휘권, 인사권 등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우선 주요 단체장들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가 반대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19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화에 대해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은 현재의 분권 흐름과 맞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행안위 소속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소방청 국감에서 소방직 국가직화와 자치경찰을 공약한 문 대통령에게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하면서 소방직은 국가직화, 경찰은 자치경찰을 하겠다고 한다"며 "대통령의 공약들이 충돌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재정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2016년 지방소방공무원 4만명을 기준으로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기본경비 등은 2조8827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자치분권을 핵심과제로 내걸고 있는 행안부도 자치분권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소방직 국가직화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했다.
pj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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