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3%성장'..文정부, 집권 첫해 '징크스' 깨나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 경제성장률 3%대 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네 번의 정부를 거쳐가는 동안 각종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대통령 취임 첫해 경제성장률 3% 달성은 없었다.
심지어 연평균 7.5%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던 1990년대 닻을 올린 DJ정부 때도 첫해(1998년)는 외환위기로 인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쳤을 정도였다.
때문에 글로벌 경기호조라는 행운까지 겹쳐 올해 3% 성장이 무난해지면서 다소 실험적 모델로 평가받아 온 '제이(J)노믹스(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1.4% 성장했다.
이는 분기 기준 지난 2010년 2분기 1.7%를 기록한 이후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로, 우리 경제가 4분기에 '제로(0%) 성장'을 하더라도 연3%대 성장은 무난히 달성하게 된다. 4분기 -0.54~-0.18%로 역성장해도 연 3.0% 달성은 가능하다.
20년간 이어져 온 출범 첫해 3%를 밑도는 경제성장률 기록이라는 징크스를 깨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여파를 회복한 2010년 6.5% 성장했으나 이듬해 3.7%로 떨어진 뒤 2%대로 추락했다.
출범 첫해 3.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경우는 김영삼 정부(1993년·6.8%)때다.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정부까지 출범 첫해 경제 성장률은 3% 채 안됐다.
박근혜 정부(2013~2016)의 첫해 성장률은 2.9%였다. 지난해까지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95%로 3%를 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은 3.2%였다. 하지만 첫 해는 2.8% 성장하는데 그쳤다.
연평균 성장률이 4.48%에 달했던 노무현 정부(2003∼2007년)도 첫해 성적표도 고작 2.9%였다. 김대중 정부의 첫해 성장률은 -5.5%로 연평균 성장률(5.32%)과 갭이 가장 컸다.
네 번의 역대 정부 모두 새 대통령이 야심차게 국정 지휘봉을 잡았지만 대내외 엄습한 경제 악재가 컸던 탓에 출범 첫해 연평균 성장률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첫 해 3% 성장이란 호(好)실적을 내게 됐다.
물론 문재인 출범 전후로 한 경제적 여건은 앞선 네 정부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최근 올해(3.5%→3.6%)와 내년(3.6%→3.7%)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씩 올린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투자·무역과 산업 생산의 반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수출과 투자도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였다.
3분기 수출은 전분기(-2.9%)보다 6.1% 상승해 지난 2011년 1분기(6.4%) 이후 6년반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3분기 성장률 1.4% 가운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나 됐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9월 수출 증가율이 29.3%에 달할 만큼 모든 업종의 수출 실적이 고루 좋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떠받쳐온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들어 건설업 부진과 맞물려 1분기 6.8%에서 2분기 0.3%로 떨어졌지만, 3분기에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집중되면서 다시 1.5% 증가하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재정 집행도 성장세 견인에 한몫 했다. 출범 직후 재원 마련에 대한 큰 걱정없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정부소비 증가율은 2분기(1.1%)의 두 배인 2.3%를 기록할 수 있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추경예산 대비 집행률은 73.2%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제정책 성과가 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추경이나 재정 집행을 통한 공공부문 성장은 3~4분기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성장을 견인한 내면을 들여다볼 때, 그리고 북핵 리스크 등이 심각해질 경우 경제 충격을 감안하면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돌아가는 현상)에 빠질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 속에서도 성장률 3%대 달성의 기정사실화는 J노믹스 추진에 한층 속도를 붙게 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J노믹스는 수요 측면의 일자리·소득주도 성장(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것)과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기술과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경제를 )을 투 톱으로 내세운 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3개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를 억누를 수 있어 이를 견뎌낼 만한 경제 체질을 갖췄는지는 계속 시험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당장 성장의 타깃(angepeilt·목표)을 위해 인위적인 경기 보강을 할 생각이 없다던 김 부총리의 입장을 관철시킨 동시에 J노믹스를 추진해 나갈 동력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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