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시구 지도 필요없던데요?" 문재인 대통령 시구 에피소드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0.26 11: 18

예상은 했지만, 진짜인 줄은 몰랐던 깜짝 시구. 많은 이야기도 남겼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가 맞붙은 2017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에 앞서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와 가수 백지영의 애국가. 구본능 총재의 개회 선언 뒤 이어진 불꽃놀이 등 화려한 행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경기 전 행사의 하이라이트. 시구가 남아있었다. 
이날 예정된 시구자는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해태 왕조 시절 당시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었던 만큼 8년 만에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의미에 적합한 선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응룡 감독이 마운드에 오르고 장내 아나운서는 "이 분과 함께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깜짝 시구자를 소개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태극기가 박혀있는 글러브를 낀 문재인 대통령은 마운드에서 힘껏 공을 던지며 경기 시작을 알렸다
# 공약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 참여 리그 2017' 이벤트를 진행했다. 투표 인증샷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응원하는 야구팀을 선택하는 이벤트로 문재인 대통령은 투표 인증 1위 팀의 연고지에서 시구를 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올 시즌 KIA는 87승 1무 56패로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8년 만에 광주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도 관심사였다.
KBO에서 하루 전 발표한 시구자는 김응룡 감독. KBO관계자에 따르면 "당일 오전에 최종 결정됐다. 원래 김응룡 회장이 시구에 나설 예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 결정되면서 양해를 구했고, 김응룡 회장님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올랐고, 자신의 공약 하나를 실천했다.
# "투구폼 지도가 필요 없던데요?"
경기 시작 30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지하 1층에 옷을 갈아입은 뒤 약 15분 동안 시구 연습을 했다.
이날 시구를 지도한 사람은 김응룡 회장과 타이거즈 레전드 김성한 광주 CMB 해설위원, KIA 김정수 코치.
그러나 경희대학교 재학시절 교내 학년대항 야구대회에서 주장을 맡았던 만큼 시구 지도가 특별히 필요없었다는 것이 후문이다. 김성한 해설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야구에 대한 관심도 높고, 어렸을 때부터 놀이로도 야구를 했었다. 또 선수로도 나섰기 때문에 시구 지도가 사실 큰 의미가 없었다"라며 "연습할 때는 스트라이크 존에도 여러번 들어가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서 김성한 해설위원은 "다른 참모들이 일반인들이 하듯 마운드 앞 그라운드에서 던지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는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정상적으로 마운드에서 던지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무래도 연습장 마운드보다 실제 마운드가 높은 만큼, 실전에서 원래의 모습을 100% 못 보여주신 것 같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 타석에 민병헌 아닌 류지혁이 선 이유
보통 시구를 할 때면 1회초 공격 1번 타자가 타석에 선다. 이날 두산의 1번타자는 민병헌. 그러나 이날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민병헌이 아닌 류지혁이었다.
이유는 민병헌의 루틴 때문. 민병헌은 "평소 1회초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따로 투수와 수 싸움도 준비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라며 "그래서 (류) 지혁이에게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평생에 남을 추억도 소중했지만, 기선 제압이 중요한 한국시리즈 첫 경기였던 만큼 경기 준비를 택한 것이다.
대신 민병헌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악수하며 특별한 순간을 남겼다. 민병헌은 "그냥 갈 수도 있는데, 와서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격려를 해주셨다"라며 "인자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민병헌 대신 대통령 시구를 타석에서 지켜보게 된 행운을 누리게 된 류지혁은 "영광이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 故 최동원과의 인연, KS에서 다시 한 번.
이날 구심은 최수원 심판. '무쇠팔'로 유명한 고(故) 최동원의 동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최동원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최동원이 1988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할 때 법률 자문을 맡았던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특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무상으로 최동원을 도왔다.
이와 함께 최수원 심판과도 인연이 있다. 경남 고등학교 동문 사이. 여기에 이 자리에 함께 있던 구본능 총재도 경남고 출신이었던 만큼, 광주구장 그라운드에서는 일종에 '동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수원 심판과 악수를 하며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뒤 마운드에 올랐다.
# 영부인은 KIA, 경호실장은 두산, 대통령은 KOREA
시구를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은 챔피언스필드 4층에 위치한 'K라운지'에서 4회말까지 야구 관람을 했다.  특히 맥주를 한 잔 곁들이며 완벽하게 '야구팬'으로 변신했다. 이닝 교대 시간에는 중간에 나와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관계자들의 점퍼. 이 자리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이 함께했다. 김정숙 여사와 임종석 비서실장은 KIA의 빨간색 점퍼를 입은 가운데, 주영훈 경호실장은 두산의 남색 점퍼를 착용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파란색 국가대표 점퍼를 입으며 균형을 맞췄다. / bellstop@osen.co.kr
[사진] 광주=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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