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방사능 수산물이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안재훈 입력 2017. 10.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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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수산물 규제 조치에 대한 WTO의 판단은 '부정적'..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오마이뉴스 글:안재훈, 편집:김예지]

 시민방사능감시센터,서울방사능안전급식연대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와 관련해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 (WTO)분쟁의 결과가 패소할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긴급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최윤석
지난 17일 한국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로부터 '일본 수산물 WTO 분쟁 패널 최종보고서'를 송부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고서는 WTO 규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용은 긍정적이지 않으며 패소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9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로 그나마 확보했던 먹거리 안전에 다시 구멍이 뚫리게 생겼다.

전혀 뜻밖의 결과는 아니다. 2015년 일본 정부가 WTO 제소 절차를 준비하던 시점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량의 방사능은 먹어도 괜찮다는 태도를 가진 원자력공학자를 '방사능안전관리 민간전문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위촉해 대응해 왔다.

이 위원회의 활동 내용은 시민사회에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통해 어느정도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민간전문위원회는 단 두 차례의 현지조사만으로 해체했다. 현지 조사 내용도 후쿠시마 주변의 수산물 7건과 표층수 4건에 불과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이제는 안전한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사고 초기처럼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수습이 완료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안에는 녹아내린 핵연료 냉각을 위해 원자로에 쏟아 부어 생겨난 방사능 오염수를 보관 중이다. 지난 7월 도쿄전력 회장은 탱크에 보관 중인 약 78톤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겠다고 말했다가 일본 어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입장을 번복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수습할 방안을 아직 찾지 못했고, 언제 완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 9월 도쿄전력은 하루에 스트론튬90이 약 48억 베크렐, 세슘137이 20억 베크렐이 바다에 방류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국정감사에서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일본산수산물 방사능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산물 검사건 총 1만 8868건 중 1976건(10.5%)에서 세슘-134와 세슘-137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수산물 중 40%인 803건이 후쿠시마현이 원산지였다. 또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는 수산물의 원산지가 우리가 수입금지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후쿠시마 주변 8개현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 주있다. 특히 후쿠시마현에서 세슘 기준치인 100Bq/kg을 초과한 경우가 7건이었는데, 최대 160 Bq/kg까지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의 배경

사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한국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을 비롯한 식품과 공산품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방사능 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만큼 엄격한 규제를 취하지 못했다. 검사 인력과 장비는 부족했고, 사고 이전의 규제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산 수산물 등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어도 기준치 미만이라는 이유로 전량 시중에 유통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은 일본산만 아니라 국내 유통 중인 수산물에 대한 전체적인 불신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수산물의 특성상 원산지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둔갑하는 게 쉽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또한 방사성물질의 오염 여부는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결국 수산물 기피 현상까지 벌어졌다. 소비자뿐 아니라, 어민, 상인들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2013년 9월 후쿠시마 등 주변 8개현에 대한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기준치 미만이라도 방사성물질이 검출될 경우 추가 핵종(스트론튬, 플루토늄)에 대한 검사를 요구하는 규제조치를 실시하게 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011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앞바다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 반대 및 폐쇄, 원전 건설 반대 등을 요구하며 고무보트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이후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규제 조치는 수산물의 방사능 불안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규제 조치 이후 4년이 지나가는 지금 국내 유통 중인 수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실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및 검사 현황을 보면 상당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규제 조치 시행 전까지 2년 6개월의 기간 동안 총 131건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수산물이 있었지만 단 1건도 반송 없이 시중에 유통됐다. 하지만 규제 조치 시행 이후 지난 2014년 7월까지 총 5건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고, 모두 반송 처리 되었다.

방사성물질 검출 건수도 대폭 줄었지만, 실제 검출된 수산물들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반송된 것이다. 이는 일본의 수산물에서 이제 더 이상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입 업자들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수산물을 들여오지 않을 뿐이다.

왜 일본은 한국을 제소상대로 택했을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중국, 러시아, 대만 등 일본과 인접해 있는 나라들은 각각 일본산 농수축산물 등에 대해 다양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생산지, 품목 등에 따라 수입금지, 방사성물질검사증명서, 산지증명서, 전수검사, 샘플검사 등 각국의 상황을 고려하여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과 거리가 먼 미국과 EU에서도 일부수입금지, 검사증명서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일본산에 대해 한국만이 유별나게 조치를 하고 것이 아니다. 일본산 수산물 전체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점점 수입량도 늘어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국 정부만 유독 WTO 제소 상대로 삼았다. 한국 정부의 미온적 대처와 외교적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지난 정부는 시민사회를 배제한 채 원자력 전문가들을 앞세워 대응을 진행했다. 방사능 기준치 이하니,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 조사를 제대로 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지난 2015년엔 일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의 카드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관련 기사 : '일본산 수산물' 실상 이런데, 그냥 먹으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한 정부의 안일함과 국내 원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원자력 전문가들이 '사실상 WTO 패소'라는 결과를 낳은 것 아닐까.

먹거리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기본 임무

일본산 수산물 WTO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 내년 1월 최종 결과가 공개되면 항소할 수 있고, 2019년에나 그 결과에 대한 이행을 하게 된다. 남은 기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또 현재의 결과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계속 이 사안이 비공개라는 이유로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공개할 수 없는 문서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대처해온 방식의 문제를 인정하고,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하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알권리를 보장하라는 거다. 외교적 대응은 하더라도 대책 마련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민관합동대응기구 등을 통해 소통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대응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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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안재훈씨는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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