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수출 대박론의 허구

2017. 10. 2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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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이라고 알려진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실제로는 독자적인 수출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회조사국(CRS) 에너지 전문가인 마크 홀트 박사는 2010년과 2013년 “미국의 설계에 기반을 둔 한국형 원전은 여전히 웨스팅하우스의 라이선스 제품이라 미국의 수출규제가 적용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만일 수출이 성사되어도 미국 측에 거액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형 원전을 독자수출하면 원천기술을 제공한 미국 측의 소송을 야기할 수도 있다. 원전이 30년간 300조~600조원의 수출을 보장하는 ‘대박 사업’이라는 원전론자들의 주장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출 이후 2012년까지 10기의 추가 원전 수출을 장담했다. 해마다 수십조원의 수출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수출 실적은 ‘0’이었다. ‘탈원전 정책’을 가시화한 이제 와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원전 산업은 한국 측의 입맛대로 수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신규 건설되는 원전의 대다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중국·러시아 등의 물량이다. 굳이 남의 원전을 수입할 필요가 없는 나라들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원전 수출은 정치적인 거래 성격이 강하다. 가령 러시아와 천연가스 공급 문제가 걸려 있는 동구권의 경우 러시아의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원전 수출을 하려면 수입국에 거액의 금융지원까지 해줘야 한다. 한국도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출 때 28년 상환조건의 12조원을 지원해준다는 비공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유력한 수출대상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21조원을 투자한 뒤 60년 운영으로 그 투자금을 회수해가는 지분인수 사업자를 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문제도 이스라엘 등 다른 중동국가들의 견제를 넘어서야 가능하다. ‘한국형 원전’이 파고들 원전시장이 매우 좁다는 얘기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국경은 없다. 무엇보다 원천기술의 이전 같은 골치 아픈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전 세계 재생에너지에 투자된 돈은 2016년 한 해 277조원에 이른다. 원자력의 8배에 해당된다.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기업이 106개나 된다. 이 대열에 한국 기업은 없다. 더 이상 원전론자들의 근거 없는 ‘수출 대박 타령’에 발목 잡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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