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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R&D 예타 조사권 어디로] "R&D 예산권, 연구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창의적 연구 독려 위해 과기부로"

"연구 평가 예산당국 고유 임무"

권한 이전 놓고 부처간 힘겨루기

과학계 "예타·운영비 조정권 넘겨

장기적 관점서 연구 지원해줘야"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천연가스로 연료전지를 작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스트




올해도 여전히 노벨 과학상(생리의학·물리학·화학)은 한국을 외면했다. 그동안 일본이 21개, 중국도 1개(화교 과학자 8개 별도)를 따냈지만 우리는 ‘노메달’이다. 반도체 등 산업 현장이나 인공지능 등 신산업에서도 기초원천기술은 해외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4.29%(2014년)로 세계 1위인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과학기술계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도록 R&D 기획·선정·평가·보상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행따라 우르르…기초·원천 투자 절실=과학기술계에서 이명박 정부는 녹색, 박근혜 정부는 창조를 붙이지 않으면 통하지 않았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이나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이 대세다. 유행에 휩쓸린다는 얘기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공대 교수는 “지난해 알파고 쇼크 이후 R&D 자금을 따내기 위해 전문가도 아닌데 ‘인공지능을 연구한다’고 써낸다”며 “교수 사이에 ‘이렇게 인공지능 전문가가 많았나’라며 웃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휴머노이드 로봇(휴보)을 개발해 해외 대학과 연구소에 수출하는 오준호 KAIST 교수는 “(교수나 연구원들이) 새로운 가짓수만 붙여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보고서 쓰느라 시간을 낭비한다”며 “연구과제 선정도 수능처럼 정량평가라 창의적인 게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드론도 10년 전에 신청했으면 떨어졌을 것”이라며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 R&D 정책결정도 늦어=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정부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R&D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는데 평균 20개월, 예산배분까지는 2~3년이 소요된다. 실례로 4차 산업혁명의 기초 인프라인 양자기술(정보통신·컴퓨터·소자센서) 프로젝트의 경우 8년짜리 3,040억원(민간부담금 439억원 포함) 규모로 예타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으로부터 성공 가능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보완지시를 받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과학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술·정책·경제적 타당성을 짜임새 있게 제출하지 못한 요인도 있지만 기재부가 기초·원천 연구에 비용 대비 편익(B/C)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VS 타 부처 힘겨루기=문재인 정부는 연 20조원 중 5% 규모인 국가 R&D 예타 평가를 과기정통부에 맡기고 평가 시스템도 바꾸려 한다. 여러 부처가 출연연과 대학·기업 등에 지원하며 중복지원이 이뤄지고 기초·원천연구가 경제논리에 막히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가 R&D 예산의 3분의1 남짓을 쓰는 과기정통부가 심판까지 맡으려 한다는 타 부처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과학지원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R&D 예타 권한을 넘기는 것에 못마땅해하고 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도 과기정통부가 기술성 평가 권한을 넘어 정책·경제적 타당성까지 판단하려는 소위 ‘선수심판론’에 거부감이 크다”고 밝혔다.





◇‘과학입국’ 참여정부 모델 벤치마킹 필요=과학계는 과기부총리를 둔 참여정부에서 R&D 예산편성은 예산당국이 하고 과기부가 부처 간 R&D 예산중복을 조정하고 사업을 평가했던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출연연구원장은 “R&D 지출한도 설정권한은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하고 예타와 출연연 인건비·운영비 조정 권리는 과기정통부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내용을 골자로 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큰 틀에서는 가닥을 잡았고 세부 조정이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제준 과기정통부 서기관은 “예타도 연구내용은 과기정통부, 연구건물은 기재부가 하되 기존 KISTEP 외에 전자통신연구원 등도 활용해 파급력과 기술 원천성에 중점을 둬 6개월로 단축한다는 게 과기정통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R&D 총사업비를 관리하고 연구 과정에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예산당국의 고유임무”라고 못박았다.

연구자에게 논문·특허 위주로 따지지 말고 도전적 연구를 장려해야만 실효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과기정통부도 R&D 예타 권한을 넘겨받게 되면 과제평가를 기존 실적 위주로 보는 게 아니라 창의적 선도연구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한 출연연구원 박사는 “그동안에도 정부가 창의적 연구를 독려한다고 했지만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다’고 체감하지 않는 한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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