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돼지 맛은?

원호섭 2017. 10. 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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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년 전 살았던 돼지 고기의 맛은 어떨까."

중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2000만년 전 돼지의 조상이 갖고 있던 유전자를 집어넣어 고대 돼지를 생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를 삽입해 생산한 고대 돼지는 현존하는 돼지와 비교했을 때 지방이 적을 뿐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도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0만년 전에는 돼지도 이 유전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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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태우는 유전자 삽입 2천만년전 古代 돼지 복원..지방 24% 줄지만 맛은 그대로
질병에 강해 사육비 부담 경감 돈육시장 바꾸는 게임체인저..유전자 조작 거부감 극복 관건
"2000만년 전 살았던 돼지 고기의 맛은 어떨까."

중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2000만년 전 돼지의 조상이 갖고 있던 유전자를 집어넣어 고대 돼지를 생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를 삽입해 생산한 고대 돼지는 현존하는 돼지와 비교했을 때 지방이 적을 뿐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도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복원된 고대 돼지는 살코기가 많고 사육할 때 필요한 난방비도 적게 들어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돈육시장 판도를 확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학원과 영국 애버딘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방을 태우는 유전자 'UCP1'을 유전자가위 기법을 통해 돼지에 삽입해 날씬하면서도 체온 조절이 가능한 데다 질병에 강한 유전자 조작 돼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포유류는 UCP1 유전자가 있다. UCP1은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지방을 태워 체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2000만년 전에는 돼지도 이 유전자가 있었다.

하지만 진화의 흐름을 거치면서 이 유전자를 잃어버렸고, 결국 지방이 많은 뚱뚱한 돼지가 된 것이다. 연구진은 쥐가 갖고 있는 UCP1 유전자를 돼지 세포에 넣은 뒤 이를 복제해 2553개의 배아를 만들었다. 이를 13마리 암퇘지 자궁에 착상시켰고, 이 중 3마리가 건강한 새끼 돼지 12마리를 낳았다. 새끼 돼지는 모두 UCP1을 갖고 태어났다. 2000만년 전 살았던 돼지의 일부가 재현된 셈이다.

고대 돼지는 일반 돼지와 비교했을 때 지방이 24%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UCP1이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지방을 태우기 때문이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어 낮은 온도에서도 감기와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5도 정도의 온도 변화에도 질병 저항력이 크게 감소한다. 논문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새끼 돼지는 10~25도의 낮은 온도에서 4시간 동안 노출시켜도 체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 돼지는 지방이 풍부한 만큼 많은 양의 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고대 돼지는 적은 양의 사료를 먹어도 쑥쑥 자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돼지를 키울 때 난방시설 구축과 사료 구입에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투입된다"며 "유전자 조작 돼지는 질병에도 강한 만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조작 돼지가 시장에 진입하면 돈육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배경이다.

유전자 조작 돼지의 맛은 어떨까. 연구진은 학술지 '사이언스'와 인터뷰하면서 "돼지고기 맛은 근섬유에 함유된 지방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UCP1은 근섬유에 포함된 지방 함량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 맛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유전자가위로 만든 동물이 실제 식탁에 오르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처럼 유전자가위로 만든 동식물이 시장에 유통되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특히 식물은 금방 자라고 대를 잇는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관련된 연구가 수월하지만 동물은 다르다.

김석중 툴젠 연구소장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만든 동물은 식물과 비교했을 때 사업성 측면에서 많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전자가위의 진화로 동식물 유전자를 교정해 더 나은 생물을 만들어 내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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