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5시간 근무시대 온다③] 해외선 어떻게 일할까

배윤경,김동현,윤슬기 2017. 10.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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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시간 일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연 평균 노동시간이 1371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가장 낮다.

독일은 지난 1967년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1995년부터 전 산업군에 걸쳐 주 38.5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특히 제조업에 속하는 금속과 철강 산업의 경우 주 35시간의 근로시간을 적용했다.

또 기업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주 28시간에서 40시간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하면서 초과 근무의 경우 노동자가 원할 때 쉴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를 시행 중이다.

성공 사례로는 폭스바겐이 꼽힌다. 폭스바겐은 1993년 경영난으로 3만여 명을 감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자 전 임직원의 근로시간을 주 28.8시간까지 축소해 대형 해고를 막았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부모는 근무시간을 25~30시간으로 줄였다가 자녀가 크면 다시 근무시간을 늘리는 '가족 근로시간 모델'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네덜란드의 근로시간 단축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초 실업률이 13%에 달하는 등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서 네덜란드는 임금 동결과 고용 안정 내용을 담은 바세나르 협약을 맺었다. 노사정 대타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 협약의 핵심은 노조가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를 억제하는 대신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기업은 평균 주당 40시간이던 근로시간을 주당 38시간으로 단축하고 시간제 근무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렸다. 정부도 법정 노동시간을 주 36시간으로 줄이고 시간제 근로자가 종일제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을 하는 경우 급여 체계와 연차, 각종 복지 혜택을 동등하게 받도록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시간제 노동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지고 활성화되면서 추가적인 일자리가 창출됐고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도 높아졌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네달란드의 고용률은 5% 이상 증가했으며 경제 성장률은 3.1%로 EU(유럽연합) 평균인 2.1%을 넘어섰다.

스웨덴은 '하루 6시간 근무'라는 파격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시도하고 있다. 예테보리에 있는 일본 도요타 서비스센터는 하루 6시간 근무제를 2013년부터 도입하면서 시간당 생산이익이 25% 상승했다. 자동차 공장 역시 2000년대 초부터 하루 6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병원과 자동차센터 등 높은 노동력을 요하는 직군을 중심으로 하루 6시간 근무제가 시험된다는 것이다.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고 건강관리와 체력유지를 위한 개인시간을 보장하는 방안을 스웨덴 정부는 고민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픽사베이]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막대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자유로운 연차 사용과 노동시간 단축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도입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캠페인은 정부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인 게이단렌 주도로 이뤄졌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오후 3시에 퇴근해 직장인의 소비를 유도하면서 내수 진작 효과까지 거둔다는 목표다.

일본 기업도 힘을 보태고 있다. 도요타는 특수직군 외 인사, 경리, 영업 등 일반직군도 일주일에 하루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자율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직원은 하루 4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일하는 제도도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스웨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2년간 시(市) 차원에서 하루 6시간 근무제 실험을 벌였던 예테보리는 직원들의 병가 신청이 줄고 업무 생산성도 크게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총 비용이 22%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같은 지역의 도요타 서비스센터의 고객 만족도 향상과 기업 수익 증대 결과와 대립하며 여전히 학계에서 논쟁 중이다. 학계는 도요타 서비스센터의 경우 실질자본이 많고 적은 시간의 노동을 뒷받침할 기술과 설비를 갖췄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 근로시간 단축은 서비스나 IT 위주의 스타트업에서 주로 이뤄지지만 앞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적은 노동시간이 더 효과를 볼 수 있단 주장이다.

정부의 드라이브 시기가 중요하단 지적도 있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을 이끈 뤼트 뤼버르스 전 총리는 당시 43세에 불과했던 '젊은 총리'로, 집권 초기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 같은 노사정 대타협이 가능했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혁 성향의 정부가 나서서 노조에 드라이브를 걸고, 기업 다독이기에 효과적으로 나섰단 분석 역시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행복 추구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줄어든 근로시간 만큼 생산성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비용 부담이 심해져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산업의 성격을 고려해 속도와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김동현 기자 / 윤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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