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합' 안뜨자 '연대'로 후퇴..스타일 구긴 안철수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2017. 10. 2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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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국민 통합하면 지지율 상승에 고무돼 통합론 띄웠지만 좌우 반발에 '도로 제자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주도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이 일주일만에 잠잠해지는 모양새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당사자인 바른정당도 주춤하며 선긋기에 나서자 안 대표는 일단 선거연대로 방향을 틀며 한 발 물러선 때문이다.

명분이 확실치 않고 논의가 설익은 상태에서 통합론을 성급히 띄운 것이 후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편에서는 멀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중도통합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가능성을 현실화시킴으로써 정치지형 변화를 곧 가시권에 접근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 유승민 선긋기, 호남 반발에 安 통합론 띄운지 일주일만에 후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에 불이 붙은 때는 지난 16일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의 추석 민심 여론조사가 나온 직후였다.

이날 국민의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보고되면서 당이 술렁거렸다. 양당이 합당했을 경우 20% 가까운 지지율을 얻는다는 것과, 호남에서도 바른정당과의 합당 요구가 예상외로 높다는 점 때문에 상당수 의원들이 고무됐다.

이미 안 대표는 이달 초부터 바른정당 의원들과 비공개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다. 안 대표의 요청으로 추석 연휴 전에는 정운천 최고위원을, 지난 14일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 접촉이 활발하던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안 대표의 최측근인 송기석 비서실장은 12월 통합 선언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속도를 내는 만큼 당내 반발도 거셌다.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이 연일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상당수 이상이 이탈할 것이라며 통합의 실효성이 적다고 지적했다.

결정적으로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서 안 대표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유 의원은 '개혁보수'가 유일한 원칙이라며 민주 진영에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햇볕정책과 호남 지역주의 기반 등으로 국민의당과 정체성이 다르다는 말도 했다.

유 의원의 강한 선긋기와 당내 반발로 통합론을 추진할 동력이 떨어지자 안 대표는 결국 선거연대로 한발 물러섰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통합은 아직 이르고, 정책연대, 선거연대부터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 중진들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안 대표는 "언론에 통합 논의가 너무 앞서나가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수습에 들어갔다.

이로써 양당 통합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다시 가라앉게 됐다. 국민의당은 25일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며, 바른정당은 다음달 13일 전당대회 준비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명분 약해 뒷심 부족, 중도 결집 위한 포괄적 공감대는 형성

안 대표가 주도한 통합론이 불과 일주일만에 사그라들 위기에 처한 것은 국민과 당원을 설득시킬 명분이 약했기 때문이다.

명분과 가치를 내세우기 보다는 합당을 했을 때 지지율부터 회자되면서 통합이 단순히 지방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으로 비친 측면이 있다.

당 핵심 당직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왜 힘을 합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명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지율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당내 논의를 건너 뛰려한 부분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 돌파해내지 못한 것도 리더십의 한계로 지적된다. 관계자는 "통합은 고도의 정무적인 감각을 필요로 하는데 안 대표는 호남 중진들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 대표가 물밑에 있던 양당 통합 논의를 수면 위로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향후 정치권에는 여러 가능성이 생겼다.

중도통합론은 바른정당 의원들이 이탈해 한국당에 흡수되려는 보수통합의 찰나에 제동을 거는 역할도 했다. 세간의 시선을 보수통합이 아니라 중도통합으로 돌리게 한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안 대표가 통합론을 띄우면서 어느정도 수준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면 결과적으로 중도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는 포괄적으로 형성됐다"며 "호남 중진 의원들도 최소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는 동의하는 등 논의가 진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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