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채동욱 전 검찰총장, '30억 배임 혐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변호 맡아
[경향신문]
최근 변호사로 개업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58)이 30억원대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8)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25일 사정당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9월 말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조양호 회장의 변호인으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선임계를 제출했다.
조 회장은 아내 이명희씨와 함께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사이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7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인천 영종도에 짓고 있던 그랜드하얏트 호텔 신관 신축 공사비에 전가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채동욱 전 총장이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후인 지난 16일 경찰은 조 회장이 증거를 숨길 우려가 있다며 조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이튿날 검찰은 “조 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 수사를 하도록 경찰에 다시 지휘했다”라며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 소속 조모 전무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도 반려했다.
이에 경찰은 “조 전무는 범행을 시인한다고 기각하고, 조 회장은 객관적 정황으로 범행 사실이 뒷받침되는데도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반발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채 전 총장은 2013년 4월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으나 이른바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해 9월 사퇴했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등 박근혜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하다가 채 전 총장이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013년 6월 국정원의 한 국정원 간부가 채 전 총장 혼외자의 이름과 학교 등 신상정보를 수집해 상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다.(▶국정원 지휘부, 대선 개입 수사 때 ‘채동욱 혼외자’ 보고 받아)
채 전 총장은 올 2월 변호사 등록신청을 했으나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를 반려했다. 대한변협은 등록심사위원회를 열고 채 전 총장이 서울지방변호사를 통해 제출한 변호사 등록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관예우를 이유로 채 전 총장의 등록신청은 반려한 것이다. ‘검찰의 1인자’였던 사람이 사익을 취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로 국민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이다. 변협은 “채 전 총장은 혼외자 문제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그 의혹을 아직 해명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도 변호사 개업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나 변협 집행부가 바뀐 뒤인 지난 5월 변협은 채 전 총장의 변호사 등록신청을 받아들였다.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고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따라 채 전 총장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법무법인 서평’을 개소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박은재 변호사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박 변호사는 2013년 9월 검사로 재직할 당시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 파동이 일어나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검찰 내부통신망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인물이다. 이후 ‘좌천성’ 인사로 사표를 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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