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테러경보 하향조정 이유가 '피로감'이라니

피용익 2017. 10.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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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테러경보를 2단계인 '주의'에서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낮추기로 했다.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는 "우리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간 상향 테러경보에 대한 일선기관의 피로감 해소와 테러경보에 대한 관심 소홀 등을 고려해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와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일선기관의 피로감'과 '테러경보 관심 소홀'을 이유로 테러경보를 하향 조정한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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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부가 테러경보를 2단계인 ‘주의’에서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런데 이유가 석연치 않다.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는 “우리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간 상향 테러경보에 대한 일선기관의 피로감 해소와 테러경보에 대한 관심 소홀 등을 고려해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와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일선기관의 피로감’과 ‘테러경보 관심 소홀’을 이유로 테러경보를 하향 조정한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공무원들의 피로감이 있다면 전담인력을 교체하거나 늘리면 되고, 국민 관심이 소홀하다면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면 된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특공대가 대테러 진압전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러는 예고 없이 발생한다. 장기간 테러가 없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대한 테러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진정되지 않는 국제테러 발생 등 엄중한 국내외 안보상황”을 이유로 테러경보 ‘주의’를 유지한 바 있다. 이러한 판단이 불과 한 달 사이 바뀌었다는 것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입국이 금지된 국제테러분자는 2만9108명으로 지난 2012년(7001명) 대비 315% 증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언제든 대형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다음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고, 100여일 뒤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중 서울 등 일부 지역의 테러경보를 ‘주의’ 단계로 일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대테러안전대책본부가 현지에서 안전점검을 시작으로 활동을 개시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일정에 따라 적시성 있는 테러경보 조정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굳이 대형 이벤트를 앞둔 상태에서 지난 2년 간 유지해온 테러경보를 서둘러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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