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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통령과 대화' 기회 스스로 걷어찬 민주노총

송고시간2017-10-2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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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환담과 만찬을 하며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다. 노정 및 노사정 대화 복원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재계와는 이미 지난 7월에 만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하고 협력을 얻어야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국정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고, 노동계도 같은 목표가 있을 것"이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날 만남이 "노정이 국정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회복한 중요한 출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는 환담 장소로 정상급 외빈을 만날 때 사용하는 본관 접견실을 쓰고,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만든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차(茶)를 처음으로 내놓는 등 노동계 인사들을 예우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막판 불참으로 '반쪽' 행사가 돼버려 이런 노력도 빛이 바랬다.

민주노총은 이날 아침까지 적어도 양대 노총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는 참석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청와대 측이 만찬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소속 일부 산별 및 사업장 노조를 개별접촉하고, 마치 본부에서 이를 양해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얘기했다며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또 청와대와 정부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을 간담회에 일방적으로 배석시킨 것은 "민주노총 조직 내부에서 큰 논란이 있을 사안"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민노총 측은 "노정관계 복원이라는 대의에 입각해"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여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행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청와대가 "진정성 있는 간담회보다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만찬 행사를 앞세우는 행보를 하면서 결국 사달을 불러일으켰다"며 최종 불참 결정을 밝혔다. 청와대 측의 산별 및 사업장 개별접촉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의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는 문재인 정부의 홍보 사진에 언제나 동원되는 배경 소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정 대화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를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기 싸움을 하다 날려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양대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폐지,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노동정책을 펴왔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노조 친화적인 정책을 속도감 있게 펴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양대지침 폐기는 양대 노총이 노정 대화·노사정위 복귀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8자회담이니 5개 전제조건이니 하며 또 다른 조건을 내걸고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문 대통령과 대화 기회마저 걷어차 버린 것은 일반 국민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민주노총 불참에 대한 비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대정부 협상 전략을 넘어 다른 이유나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역시 대통령과 정부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계가 함께 해주면 훨씬 많이 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협력하고 또 대통령을 설득해내야 노동계가 꿈꾸는 세상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노동 존중을 표방하며 친노동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면 발목잡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노동계도 이제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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