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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루냐는 북부의 바스크와 더불어 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한 곳이다. 카탈루냐는 독립과 자치를 반복하다가 18세기에 스페인에 병합됐지만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면서 분리독립의 열망을 키웠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경제 기반을 배경으로 수도 마드리드가 위치한 카스티야 지방과 갈등을 빚어왔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스페인인이 아니라 카탈루냐인이라고 한다.

카탈루냐는 1936년부터 3년간 지속된 스페인 내전 시기에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반란군에 맞선 공화파 인민전선 정부의 핵심 거점이었다.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는 독재정권을 출범시킨 뒤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체하고 카탈루냐어 사용도 금지했다. 카탈루냐 주민들이 프로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바르샤)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바르샤의 홈 구장 캄푸누는 프랑코정권에 항의하는 구호를 그들의 언어로 외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스페인 작가 마누엘 바스케스 몬탈반은 ‘오프사이드’에서 “나라 없는 국민들의 웅장한 무기 … 바르샤 팀의 승리는 스파르타를 이긴 아테네의 승리와 맞먹는다”고 했다.

1977년 스페인 민주화와 더불어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복원됐다. 최근엔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 1일 주민투표에서 독립선언안이 가결된 뒤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분리독립을 추진하자 스페인 중앙정부는 자치권을 박탈하고 당분간 직접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물리력 사용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탈루냐 지역 공무원과 시민들이 대규모 불복종운동에 나설 태세다.

미국 정치학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자유의 미래’에서 “20세기 스페인에서 자유주의의 교두보가, 수세기 동안 끈덕지게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지역이었던 카탈루냐였다는 점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과도한 중앙집권화에 대한 저항을 높이 평가한 말이다. 카탈루냐가 화가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등 숱한 예술 거장을 배출해낸 배경이기도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카탈루냐인들의 미래가 조만간 결정될 것이다. 물리적 충돌 없이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가길 기원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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