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웨덴 운전면허에 '억'소리 지르는 한국인들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2017. 10. 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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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따려면 최소 200만원, 최장 3년 걸린다

스웨덴은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최초 1년 동안은 한국의 운전면허증과 한국의 경찰서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유효기간 1년), 그리고 여권으로 가능하지만 그 기간이 지난 후엔 반드시 스웨덴 운전면허를 취득해야만 한다.(시사저널 제1458호 ‘스웨덴, 한국 운전면허 인정하지 않는 까닭은?’ 기사 참조)

그런데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적지 않게 든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과 비교하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이다.

우선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필수 비용을 살펴보자. 먼저 시력 검사 200크로나(이하 kr, 1kr는 약 140원이므로 2만8000원), 운전 허가증 비용 150kr(2만1000원), 안전교육 1파트 700kr(9만8000원), 안전교육 2파트 2000kr(28만원), 교통청 사진 촬영 80kr(1만1000원), 필기시험 325kr(4만5500원), 도로주행 800kr(11만원),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 150kr(2만1000원) 등 총 4405kr로 우리 돈으로 약 61만6000원이 든다.

여기에 각자가 선택하는 비용이 있다. 공인된 개인 교습 담당자가 1인당 2회 700kr(9만8000원), 승인 50kr(7000원), 필기시험 교재 250kr(3만5000원), 필기시험 컴퓨터 실습 테스트 399kr(5만6000원), 교통학교 운전 수업 70분씩 11회 8800kr(123만원), 도로주행 연습 자동차 임대료 회당 400kr(5만6000원) 등 최소화한 개인 선택 비용이 모두 1만599kr로 우리 돈으로 약 148만원이다. 필수와 최소화된 개인 선택을 합친 비용이 1만5004kr, 우리 돈으로 200만원이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다.

스톡홀름 시내에 위치한 ‘포겔(Fågel) 교통 학교’. 면허 취득을 위한 운전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 사진=이석원 제공

 

“운전면허 취득, 자동차 한 대 값 든다”

그럼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60여만원 정도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말이 좋아 선택 항목이지 사실상 필수 항목이나 마찬가지다. 선택 항목들을 ‘선택’하지 않고 운전면허 취득에 성공하는 경우가 한국인들에겐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한국인들 사이에선 “운전면허 취득하려면 자동차 한 대 값이 든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비용 문제만이 아니다. 최초 운전면허시험을 신청해서 최종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기 언어 강요에 엄격하지 않은 스웨덴은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스웨덴어 외에도 영어로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배려(?)는 거기까지. 면허시험 신청 후 신체검사와 2회의 안전교육, 필기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모두 치르는 데 평균 1년, 길게는 3년까지 걸린다. 시간의 문제야 워낙 개인의 능력과 여건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지만, 스웨덴의 운전면허시험 프로세스 자체가 워낙 천천히 진행되기도 한다. 하나의 시험을 통과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기본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수개월에 이른다.

비용과 과정에서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필기시험이든 도로주행이든 그 내용으로 들어가면 어려움은 더하다. 차라리 돈 많이 드는 게 제일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이라면 어지간해선 필기시험 불합격이 흔치 않은 일이지만, 스웨덴에선 스웨덴 현지인이라도 필기시험 1~ 2회 불합격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도로주행의 경우도 정해진 코스나 원칙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한두 번 만에 합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운전면허시험을 치러본 사람들의 말이다.

스웨덴 생활 4년 차로, 현재 스웨덴 제2 도시인 예테보리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최초림씨는 최근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2011년에 2종 보통면허를 취득한 최씨는 “시간 때우기 느낌이 강했던 한국의 이론(안전) 교육과는 완전히 달라서 스웨덴의 이론 교육은 음주운전, 피로, 약물복용, 속도 등 운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해 강사와 토론하는 식이었다”면서 “이곳에선 정말 운전을 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에게만 운전면허를 내어주는 느낌”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스웨덴과 인접해 있는 같은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나 핀란드에 사는 한국인들은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이들 나라는 한국과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탓만 하는 한국 외교부

경찰청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운전면허증이 해당국의 운전면허증과 교환되는 나라는 모두 139개국이다. 스웨덴이 속한 유럽에서만도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을 포함해 39개국이다. 그중에는 조지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등 한국과 대사급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도 13개국에 이른다. 그들 나라에 사는 한국인들은 비록 한국 대사관은 없지만 운전만은 한국의 운전면허증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웨덴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내놓는 것 중 하나가 운전면허일 수밖에 없다. 한국 외교부 측은 스웨덴 정부가 한국과의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 논의에 2013년부터 임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웨덴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원망이 스웨덴 정부 쪽으로 몰릴까.

스웨덴에는 고려인의 후예들이 많이 사는 과거 소련 소속 국가들을 제외하고 유럽에서 2017년 현재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에 이어 여섯 번째로 한국인이 많이 상주하는 나라다. 삼성과 현대기아차, LG 등 주요 한국 대기업도 상당수 진출해 있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인 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보다 연평균 30% 이상 많은 한국 관광객이 다녀가기도 한다. 더 이상 ‘스웨덴이 응하지 않아서’라는 말로 재외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게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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