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1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

박건형 기자 2017. 10. 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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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 이후엔 장담 못해" 비관론 잇따라
한국 산업 떠받치는 반도체 호황
"2~3년은 더 갈 것" 기대 높지만
특성상 6개월 앞 내다볼 수 없어
/조선DB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하락세에 접어들어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현재와 같은 호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내년 중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고, 영국 시장조사 업체인 IHS마킷은 메모리 반도체 판매 가격이 내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반도체 불황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가 한국 산업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반도체 경기 하락은 우리나라 수출은 물론 경기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국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37.8%에 이르고 하반기에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 이후 호황 장담 못한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2019~2020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 왔다. 스마트폰과 PC의 고성능 경쟁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의 급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로 D램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고, 낸드플래시 역시 6개 업체만 생산한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황에 도취한 나머지 경기에 따라 급격히 사이클이 바뀌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시장이 리스크(위기)에 둔감해져 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 중반 이후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급 부족이 반도체 호황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공급량 증대로 이어지면서 수요와 공급이 곧 역전될 것"이라며 "애플 아이폰 신제품 판매가 부진할 경우 하락세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 1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호황이) 확실한데, 하반기부터는 공급을 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해외 조사기관들도 2019년부터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IHS마킷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세계 D램 시장이 내년 741억달러(약 83조63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623억달러, 2020년 577억달러로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IHS마킷은 D램 평균 판매 단가도 올해 1Gb(기가비트)당 0.7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 내년 0.67달러, 2019년 0.45달러, 2020년 0.34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학과 교수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예측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면서 "6개월 뒤를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반도체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잠재적 위협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과 대대적인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우한에 3차원 낸드 플래시 공장을 짓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은 내년 말 양산에 들어간다. 푸젠진화반도체도 370억위안(약 6조2900억원)을 투입해 D램 공장을 건설 중이고 내년 9월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태희 교수는 "중국 업체들이 당장은 수율(收率·완성품 비율)이나 기술적 한계 때문에 한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힘들겠지만 저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반도체 수퍼 호황이 후발 주자가 반도체 시장에 발을 내디딜 기회를 제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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