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정보통신망 일궈 유례없는 행정혁신 DNA 심다

허우영 2017. 10. 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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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994년 '1초 생활권' 청사진 완성
총44조8000억 투입 역대급 프로젝트 주목
전국 주요도시 광케이블 중심 하나로 연결
2005년 광대역 멀티미디어망 구축 완료
1만8000여종 국가 IT시스템 운영 순항중
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 2월 9일 서울 광화문 한국통신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고속 정보통신망 기반완성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자정부 50년 (1)전자정부와 행정혁신

지난 6월 24일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50주년을 맞았다. 1967년 4월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인구센서스 업무 시 통계업무 처리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국 IBM이 개발한 'IBM 1401' 컴퓨터를 도입해 3개월의 작업을 거쳐 처음 가동한 날이 바로 전자정부의 효시다. 당시 경제기획원은 수동 집계기 수준인 천공카드의 계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IBM 최신 기종인 S/370을 도입하려 했지만 주문이 1년 반이나 밀려 1959년에 출시된 1401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들여왔다. 40만 달러에 달하는 컴퓨터 가격을 부담할 수 없어 경제기획원은 매달 IBM에 사용료 9000달러를 내야 했다. 이후 전자정부 50년은 '비트가 이뤄낸 기적'의 역사였다.

50년 후 대한민국은 1만8000여 종의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과 데스크톱,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특히 UN의 전자정부 평가 3회 연속 1위, 전자정부 수출 5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전자정부를 주도하는 반열에 올라섰다. 행정안전부,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함께 전자정부 50년 역사를 △행정혁신 △서비스혁신 △세계 일류 전자정부 3회로 나눠 싣는다.

◇행정전산화에서 전자정부로 '진화'=우리나라는 1960년대 컴퓨터 한 대조차 없던 아시아 빈국에서 70∼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국산 컴퓨터 생산과 데이터 통신, 세계 두 번째·아시아 첫 번째 국제 인터넷망 연결 등 전자정부 인프라 부문에서 눈부신 성과를 냈다.

행정·금융·교육·사법 등에서 1만8000여 종의 국가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민원24의 발급건수는 6000만건을 돌파했을 정도로 국민 실생활에 전자정부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 결과 UN 전자정부평가에서 2010·2012·2014년 3회 연속 1위 국가에 올랐고 2015년 수출액 5억달러를 돌파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우리 전자정부 솔루션 수입을 늘리고 있어 내년 수출목표액은 10억달러로 잡고 있다.

전자정부 초기인 1960년대에는 국내 첫 컴퓨터인 IBM 1401을 1967년 도입하고, 이후 첫 슈퍼컴퓨터인 CDC 3300을 196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 설치하면서 기존 축적된 자료의 일괄처리 등 단순 계산업무 위주의 업무를 시작했다. 이어 1970년대에는 충북도청 행정전산화 시범사업을 비롯해 전자정부의 초석을 다진 주민등록번호제도를 통해 개인정보의 디지털화를 이뤄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부처 간 중복투자와 표준화 미비에 따른 정보연계 불가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기간전상망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두 차례에 걸쳐 행정·금융· 교육연구·국방·공안 전산망 등 5대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전자정부의 기초가 되는 주민·부동산·자동차·통관·기상 등 주요 행정업무를 전산화했다.

5대 국가기간망전산사업은 각 분야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정보화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대역사로, 이를 통해 주민등록·토지·금융 등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전상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인터넷산업 진흥정책을 통해 전자정부 인프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전자정부 일등공신 '초고속정보통신망'=전자정부로 행정혁신에 성공한 배경에는 IT 인프라의 기본인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있었다. 정부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시작한 것은 문민정부 시절이다. 1994년 1월 윤동윤 체신부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을 3단계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윤 장관은 "2015년까지 44조8000여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초고속망을 건설하고 관련 정책과 사업계획 심의조정을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적 추진위원회를 상반기 내 구성하겠다"며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상반기 내 체신부에 기획단을 설치 운영하겠다"고 보고했다.

당시 미 클린턴 정부가 엘 고어 부통령 주도로 정보고속도로 구축사업을 시작한 상태였을 뿐 어는 국가도 정보화에 나서지 않아 우리의 사업 추진은 매우 혁신적이었다.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초고속정보화추진위원회를 5월 출범하고 체신부는 범정부조직인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기획단을 구성했다. 기획총괄반, 국가망계획반, 공중망계획반, 기술개발반, 망운영반, 기술지원반 등 6개반 49명으로 기획단을 구성하고 경제기획원, 상공부, 과학기술처, 총무처, 공보처 등 7개 부처에서 우수 공무원을 파견했다. 한국통신과 데이콤, 한국이동통신, 한국전산원, 한국전자통신연구소, 통신정책연구소 등에서 전문인력을 선발해 정보화 혁신에 도전했다.

1994년 8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기획단이 현판식을 갖고 정식 출범했고, 11월에는 체신부가 '1초 생활권 구현'을 위한 청사진을 선보였다. 이는 초고속망 국가로 가는 최종 설계도이자 안내도였다.

산업화에 뒤진 한국이 정보화 대약진에 시동을 건 것이다. 총사업비 44조8000억원은 1994년도 한 해 정부 예산안이 43조25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가정보화 프로젝트다.

박성득 초대 기획단장은 "정보통신 분야 기초기술은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생산과 응용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추진계획안을 수립했다"며 "이 과정에서 수요도 불확실한데 왜 공공자금으로 선행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반론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사업을 세분화해 공공자금과 민간자본으로 해야 할 부문으로 구분해서 계획을 세웠다"고 회고했다.

◇전자정부서비스 활성화의 기본=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은 정부가 공공재원을 투자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주요 도시와 중소도시 간을 광케이블 중심으로 연결하는 고속·대용량의 국가기간망이다.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 목표는 음성·데이터·영상 등 정보는 물론 2015년까지 이들 정보가 융합돼 나타나는 멀티미디어 정보까지 빠른 속도로 전송하는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또 공공기관과 기업의 정보 이용을 활성화해 국가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종 응용서비스 개발로 원격교육·원격진료·재택근무 등을 실현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었다.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은 공공기관·연구소·대학 등 국가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단체들이 값싼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과 산업체, 국민을 위한 '초고속공중정보통신망'으로 구분했다.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사업은 공공부문의 선도적 이용을 통한 민간부문의 수요창출과 기술개발 환경조성을 위해 전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광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총 16년간 8114억원을 투자해 단계별로 추진했다.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사업은 정부와 한국전산원, 한국통신, 데이콤이 역할을 분담해 정통부가 기획과 총괄기능을 하고 한국전산원은 기본계획에 따라 망구축 세부 사업계획과 수요조사, 예산 등 집행기능을 수행했다. 망구축에 소요된 예산을 출연받은 한국전산원은 1995년 1월 한국통신과 데이콤을 초고속국가망구축사업자로 선정했다. 제1단계(1995∼1997년)는 기반조성단계로 전국 80개 지역에 초고속망을 구축,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연구기관 등 약 1만5000개 공공기관에 민간의 초고속공중정보통신망보다 값싼 요금으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제2단계(1998∼2002년)에서는 전국 80개 노드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백본망 구축과 공공부문 수요에 대응하는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했다. 제3단계 사업(2003∼2010년)을 거치면서 전송망은 수십Gbps∼수TBPS급의 통합된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 전송망 구축이 완료됐다.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사업은 2005년 초고속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이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 완료돼 계획보다 5년 앞당겨 조기 종료됐다. 그 기반 위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전자정부 서비스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허우영기자 yenn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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