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 버린 애플의 선택

2017. 10. 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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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트렌드]
‘애플스토어’ 대신하는 ‘타운스퀘어’ 브랜드 론칭…리테일 전략 대변화


(사진)안젤라 아렌츠 애플 리테일부문 수석부사장이 9월 13일 타운스퀘어의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애플)

[한경비즈니스=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애플은 9월 13일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새로운 제품들을 발표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제품은 5.8인치의 아이폰X(텐)이 아닌 ‘애플스토어’였다.

애플은 그동안 성공적으로 성장해 온 애플 스토어라는 기존 이름을 과감히 버리고 ‘타운스퀘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타운스퀘어에 대해 애플의 리테일을 책임진 안젤라 아렌츠 애플 수석부사장은 ‘애플의 가장 큰 제품’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하지만 사실 아렌츠 수석부사장은 이미 올해 5월에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이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 타운스퀘어를 언급했었다.

그는 투데이 앳 애플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의 스토어 운영 경험을 진화시켜 지역의 사람과 기업들에 좀 더 잘 봉사하고 이를 통해 현대적 의미의 타운스퀘어를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다. 

동시에 ‘크리에이티브 프로(Creative Pro)’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었다. 그들은 애플의 기술을 서비스하는 ‘지니어스’와 비슷하게 한 가지 이상의 예술(art)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다.

이들은 애플 제품의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투데이 앳 애플은 사진·음악·코딩·예술·디자인 등 여러 코스로 구성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퍼스펙티브 앤드 퍼포먼스(Perspectives and Performances)’ 코스다. 이 코스는 아티스트나 뮤지션들이 자기들의 일하는 방법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스다.

특히 한국 아이돌 그룹인 NCT 127이 뉴욕 브루클린 애플 스토어의 투데이 앳 애플에 참여해 그들의 이야기를 현지 팬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즉 이번 타운스퀘어 발표는 갑작스럽기보다 애플의 리테일 정책이 가지고 있는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타운스퀘어 디자인과 적용 매장의 숫자 등을 정확히 밝힌 점에서 새 정책이 ‘한 단계 더 구체화됐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정책의 변화는 단절이 아니고 진화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애플 매장의 현재 위상과 이 위상을 만든 요인들에 대해 분석하고 애플은 여기서 어디로 한 걸음 더 딛고자 하는지에 대해 모색해 본다.


(사진)동방명주에 영감을 받아 원형으로 설계된 상하이 애플스토어.(/애플)

◆애플의 정책 변화, ‘단절이 아닌 진화’

현재 애플스토어는 약 500개 매장에서 42억 달러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애플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한다.

애플스토어는 ㎡당 매출이 5000달러를 넘을 정도로 전 세계 리테일 매장 중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이다. 이 수치는 보석 전문점인 티파니의 2배 이상이다.

여기에 더해 매년 5억 명 정도 방문객들에게 전하는 애플 브랜드에 대한 체험과 교육을 고려하면 단순한 리테일 매장 이상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오고 있다. 그래서 테슬라 등 많은 브랜드들이 애플 매장을 오프라인 매장의 교본으로 여기고 있다.

애플스토어의 역사는 2001년 버지니아 주에서 시작됐다.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혁신적인 애플 제품에 대한 교육을 베스트바이 등과 같은 전자제품 리테일러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 주변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리테일 매장을 오픈했다.

이때 그는 리테일을 책임진 론 존슨에게 세계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어디냐고 물었다. 론 존슨은 다른 전자제품 소매점 대신 포시즌스호텔이라고 대답했다. 잡스 창업자는 포시즌스호텔에서 ‘바’라는 콘셉트를 가져와 지니어스바를 만들었다.

애플스토어는 처음부터 전자제품 판매점이라는 개념을 넘어 ‘고객 경험’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설계되고 운영됐다.

애플스토어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삶을 풍요롭게’라는 비전이다. 이 비전은 자신만의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거나 가족 이야기를 출판하거나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대일 훈련과 그룹 워크숍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이 애플 컴퓨터에 원하는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그 무엇이고 그 무엇에 대해 가르쳐 주며 경험하게 해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공간이 애플스토어라고 정의했던 것이다.

살림 이스마일 싱귤래리티대 초대 학장 등이 지은 ‘기하급수 조직 만들기’라는 책에선 세상을 변혁시키기 위해서는 ‘거대한 비전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텍쥐페리의 얘기처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 주는 일을 하지 마라. 그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 줘라”는 것이다.



◆고객의 경험을 넘어 상상으로  

사람은 비전을 완성하는 애플 스토어의 핵심이다. 애플스토어는 능력이나 기술이 아니고 태도와 열정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잡스 창업자가 직원을 뽑을 때의 일화다. 그는 맥 컴퓨터의 원형을 천으로 덮어 놓은 방으로 입사 지원자를 데려가 천을 벗긴 다음 지원자의 반응을 살펴본다. 지원자가 눈을 반짝거리며 호기심 어린 태도로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는 합격시켰다.

그는 “우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유튜브에서 ‘애플스토어 댄스(Apple Store dance)’를 찾아보면 애플 매장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수천 개 찾을 수 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고객들도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애플 직원들 역시 자신만의 개성 덕분에 채용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이해하고 있다. 이런 개성들에 따라 애플스토어는 재미있고 고객들이 실제로 많이 기다렸어도 기다리지 않았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매장이 아닌 공간인 것이다.  

비전과 개성을 중시하는 애플스토어지만 그 운영의 디테일에 따라 개성과 자유분방함이 더 빛을 발한 것도 사실이다. 완벽하게 심플하고 절제된 공간 속에서 고객과 직원의 개성이 악센트가 되는 것이다.

그 완벽에는 아주 세밀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애플스토어에 전시된 노트북 화면의 각도는 90도로 맞춰진다. 고객들이 제품을 만져 약간 더 각도를 기울이지 않으면 볼 수 없게 설계됐고 어쨌든 고객들은 제품을 만지게 된다.

만지는 순간 그 제품은 인터넷이 완벽하게 연결돼 있고 주소록·사진함·동영상 등 모든 것이 꽉 차 있어 친구의 제품을 잠시 보는 것처럼 계속 탐험하게 만든다.

주변은 심플함과 청결함으로 하나의 얼룩이나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애플 개장식에 가보면 직원들은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창문 바닥 선반 등을 닦는다. 놀라울 정도다.

그래서 애플은 제품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그 제품에 고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 완벽은 디테일에 있는 것이다.

이런 완벽한 스토어에 어떤 것을 빼고 더할 수 있을까. 얘기한 대로 ‘스토어’라는 이름을 빼고 타운스퀘어라는 브랜딩을 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라는 새로운 직군과 투데이 앳 애플이라는 프로그램을 더했다. 이 일련의 변화를 통해 세 가지 정도의 방향에서 애플 리테일 정책의 진화를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첫째는 경험(experience)에서 상상(imagination)이다. 단순한 경험이 아니고 크리에이티브 프로에 의해 각 개인의 삶속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그 상상력의 불꽃을 튀기게 하는 공간으로서의 타운스퀘어다.

둘째는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이다. 특정 지역과의 강한 연대는 그 공간과 장소에 독특함을 더할 수 있다. 서울에 있는 타운스퀘어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강한 연대를 맺음으로써 어디에나 있는 애플 매장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하나뿐인 유일한 타운스퀘어가 되는 것이다.

셋째는 투데이 앳 애플 프로그램은 공간의 역동성을 만들어 낸다. 매일 매일 새로운 프로그램과 새로운 아티스트들에 의해 그날만의 콘텐츠와 만나게 되면 애플 타운스퀘어의 방문은 설렘을 만들어 낼 것이다.

결국 타운스퀘어는 매일매일 살아 있고 지역사회와 강한 연대를 갖고 제품이 아닌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공간이다. 스토어를 버린 애플은 타운스퀘어를 통해 온라인이 판매의 중심이 되는 이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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