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평가에 민감한 전국 축제 800여개, '자립'이냐 '의존'이냐

김고금평 기자 2017. 10. 24.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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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일 경기 가평군에서 열린 '제14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대표축제'에서 '최우수 축제'로 한 단계 떨어진 평가를 받으면서 예산도 8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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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제도'의 허와 실..양적 성장 '긍정론' VS 등급에 맞춘 '표준화' 우려
보령머드축제. /사진=뉴스1


지난 20~22일 경기 가평군에서 열린 ‘제14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대표축제’에서 ‘최우수 축제’로 한 단계 떨어진 평가를 받으면서 예산도 8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20일 추초 발데스와 곤잘로 루발카바 공연에 최고급 아티스트에 걸맞은 최고급 피아노인 스타인웨이를 쓰지 못한 배경이 줄어든 예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인재진 자라섬페스티벌 총감독은 “정부예산과 티켓 판매, 협찬금의 비율이 각각 33%”라며 “정부에 기대는 예산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내용에서 힌트를 얻어 무형의 콘텐츠인 지평선을 축제로 만든 김제지평선축제는 5년간 연속 ‘대표축제’에 올랐다. 화천산천어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보령머드축제 등 지역 특성을 활용해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대한민국 인기축제들은 ‘대표’ ‘최우수’ ‘우수’ 등급을 받으며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김제지평선축제. /사진=뉴스1


1996년부터 22년간 정부가 도입한 ‘문화관광축제 제도’를 통해 양산된 전국 축제는 800여 개에 이른다. 인기 있는 축제들은 정부의 ‘인증마크’를 통해 지자체의 홍보 이미지 극대화, 관광 산업을 통한 지역 경제 발전 등 특수 효과를 톡톡히 보지만, 평가를 받지 못한 축제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이렇다 할 콘텐츠를 내세우지 못하는 지자체는 특산물 위주로 축제를 구성하거나 이미 성공한 축제를 따라가는 복습식 축제들을 선보여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관광축제 제도가 양적 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이에 못지 않은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우선 정부 예산이 가장 많은 ‘대표 축제’가 되기 위해 성공한 모델을 좇으려고 대규모 축제가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점이다.

또 평가지표에 맞추기 위한 표준화 경향도 심해 비슷비슷한 축제들이 우후죽순 탄생한다. 이순신 관련 축제는 지자체 10곳이 논쟁과 경쟁을 계속 이어가는 게 오늘의 축제 현실이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문화관광축제의 효율적 운영과 지역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해외 축제의 경우 스폰서십 유치, 입장권 판매 등 수익 사업을 통해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자체예산으로 확보하는 경제적 자생력을 유지하지만, 한국 축제는 관 주도로 운영돼 전체 예산의 85.2%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연구소 교수는 “문체부 주도의 기존 평가체계에서 광역지자체의 평가 역할로 분담하는 게 필요하다”며 “문화관광축제가 대표축제를 넘어 글로벌 축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국가단위보다 도시연합 해외홍보로 단계별 전문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지원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화컨설팅 ‘바라’의 권순석 대표는 “등급제 구분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활성화를 위한 지원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화천산천어축제. /사진=뉴스1


예산 지원보다 콘텐츠 개발비나 공연자 인건비 등 축제의 질적 향상에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과 지원액에 대한 정상적 집행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권 대표는 “축제의 유형을 관광형 축제(사회·문화적), 경제적 축제(지역파급효과)로 구분해 지원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며 “평가도 축제의 만족도보다 발전과정 등 추세에 힘을 더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평가 부문과 관련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등급에 앞서 축제 스스로 살아남는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지켜본 뒤 지원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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