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한번 문 개 또 문다" vs "관리 못한 주인 잘못".. '안락사' 논쟁

손재호 기자 2017. 10. 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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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최시원(30)씨의 반려견에 의한 사망사건을 계기로 확산된 반려동물 관리 논쟁이 '안락사' 문제로까지 번졌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32)씨는 "'한 번 사람을 문 개는 또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훈련이 안 될 경우 안락사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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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거여공원에 23일 반려견 목줄 미착용을 집중 단속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시는 이날 한강공원에서 목줄 없는 반려견 단속 인원을 최대 50명 선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성호 기자

가수 겸 배우 최시원(30)씨의 반려견에 의한 사망사건을 계기로 확산된 반려동물 관리 논쟁이 ‘안락사’ 문제로까지 번졌다. 사고견(事故犬)의 경우 재발 위기 등이 있는 만큼 안락사를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안락사는 일종의 처벌 개념이자 재발방지책이다. 하지만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대신 견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의 공생 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23일 제언했다.

반려동물 안락사 문제는 ‘견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32)씨는 “‘한 번 사람을 문 개는 또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훈련이 안 될 경우 안락사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7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윤모(27·여)씨도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작은 개만 봐도 물릴까봐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며 “안락사를 포함해 규제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견주와 개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은평구에서 사는 한모(30)씨는 “주인이 관리를 못한 건데 잘못을 왜 개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사람은 죄를 지어도) 안 죽이는데 개는 함부로 죽여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반려동물에 대한 압류나 안락사 규정이 없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선 개물림 사망 사건 발생 때 안락사를 시행한다’는 정보가 온라인에 나돌면서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안락사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엄격한 평가와 기준에 따라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전진경 이사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이 가능한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 보호자 책임 강화뿐 아니라 책임 이행이 가능하도록 교육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견의 안락사를 논하려면 당연히 전문가에 의한 반려동물 행동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이번 논쟁이 불거졌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에서 개는 어느새 인간과 동등한 존재가 됐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인권과 동물권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구는 그 차이를 줄이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 이를 정립해 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최훈 강원대 교양학부(철학) 교수는 “지금의 안락사 논쟁은 사형제에 찬성하는 심리와 같다. 일종의 보복심리”라며 “‘너도 한번 당해봐라’는 심리가 발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에 마녀사냥식으로 ‘사람을 죽인 개는 죽여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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