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개도 물지?" 막말에 손가락질까지..애견과 산책이 무서운 견주들

이슬기 2017. 10.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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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인적 드문 자정쯤에 목줄도 바투 잡고 산책에 나섰는데."

중형견인 스피츠종을 키우는 이모(32)씨는 23일 "종 특성상 활동량이 많아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가야 하는데 '개 물림 사고'가 이슈로 떠오른 뒤 취객이 쌍욕을 하며 시비를 거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원래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다녔는데 분위기가 험악해 어쩔 수 없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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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물림 사고' 후 애꿎은 비난에 '눈치'
견주들 "목줄 등 안전조치 해도 분위기 험악"
동물전문가 "견주·시민 간 배려 필요" 지적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산책 나온 시민들이 목줄을 한 반려견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요새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인적 드문 자정쯤에 목줄도 바투 잡고 산책에 나섰는데….”

지난 주말 집 근처 한공공원에서 3살짜리 웰시 코기(Welsh Corgi) 반려견과 바람을 쐬던 김모(32·여)씨는 산책 내내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김씨는 “최근 사건도 있고 해서 일반 산책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걸었는데도 ‘사람 죽이는 개’라는 등 막말을 쏟아내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안양시 한 아파트에 사는 강모(31·여)씨도 봉변을 당했다. 단지 내 놀이터에서 1살짜리 토이푸들 강아지와 산책하던 강씨에게 이웃들은 대뜸 “입마개 시키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강씨는 “관리를 못한 견주 탓에 발생한 사고 때문에 덤터기로 욕을 먹는 것 같다”며 “반려견을 키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애꿎은 견주들마저 ‘죄인’ 취급

최근 가수 겸 배우 최시원씨의 반려견 사건 등 ‘개 물림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는 견주들마저 손가락질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펫티켓을 무시하는 견주들도 문제지만, 시류에 편승해 애꿎은 견주들에게까지 ‘돌팔매질’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만 증폭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중형견인 스피츠종을 키우는 이모(32)씨는 23일 “종 특성상 활동량이 많아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가야 하는데 ‘개 물림 사고’가 이슈로 떠오른 뒤 취객이 쌍욕을 하며 시비를 거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원래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다녔는데 분위기가 험악해 어쩔 수 없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알아서 조심하자며 서로 다독이고 있다.

코카스파니엘을 키우는 김모(30)씨는 “개 물림 사고 관련 이슈가 계속 매스컴에서 떠들썩해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까진 산책할 때도 안고 다니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모(28)씨는 “무조건 필수로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는 극단적인 처방보다는 견주들의 펫티켓 인식 제고가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펫티켓’ 등 상호 배려와 교육 필요

동물 전문가들 역시 시민들과 견주들이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일부 견주들이 반려견에 목줄과 입마개를 채우는 것을 동물학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다 보니 시민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최근 소형견에게 해코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 막연한 불안감 탓에 적대적으로 대할 게 아니라 함께 사는 생명체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 팀장은 또 “반려견이 내겐 소중한 가족이지만 남에겐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이를 키울 때 교육을 하듯 반려견 역시 철저히 교육하고 목줄 등 안전 조처를 잘 해야 한다”고 견주들이 책임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안전관리 강화 대상인 맹견의 범위를 확대키로 하고 목줄·입마개 등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처벌 규정도 현재 과태료 50만원에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기르던 개가 사람을 물어 사망하게 한 경우(과실치사) 주인에게 2년 이하 금고형으로 처벌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형법은 국회 등과 협의해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슬기 (surug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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