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연승에 국회 개헌파 80%.. 아베, 누구도 못 말린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2017. 10. 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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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압승]
자민당 압승 톱5 선거 중 3개가 최근 5년간 아베 총리가 거둔 것
과거 어떤 총리보다 힘 강해져
희망의당도 기본적으로 개헌파
자위대 합헌화 조항 추가 등 평화헌법 수정 탄력 받을 듯

석 달 전만 해도 "정권 유지가 위태롭다"는 얘기를 듣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정치적 위기를 단번에 털어냈다.

이날 총선에서 자민당은 284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61%)을 가볍게 달성했다. 총선 전(284석·60%)과 의석 수는 같지만 그동안 선거구 조정으로 전체 의석이 475석에서 465석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총선 전보다 더 커졌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당은 50석을 건지는 데 그쳐 '아베 총리의 대항마'라는 말이 무색해졌고,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회를 해산하면서 "이번 총선은 국난 돌파 선거"라고 했다. 야당은 그에 맞서 "정권 선택 선거"라고 외쳤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총선 당일 온종일 전국에 태풍이 몰아쳤는데도 쾌청한 날 열린 3년 전 총선(53%) 때보다 투표율(54%)이 높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과거 다른 어떤 총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여럿 세웠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총선에 승리해 민주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재집권에 성공한 뒤, 집권 3년 차 때 총선(2014년)과 집권 5년 차 때 총선(2017년)에서 연달아 이기며 '총선 3연승'했다. 중간에 참의원 선거(2016년)에서도 대승을 거뒀다.

단순히 이기기만 한 게 아니라 야당을 확실히 제압하는 압승이었다. 일본 헌정 사상 자민당 최대 승리 '톱5' 중 세 번이 최근 5년간 아베 총리가 거둔 승리였다. 역대 선거에서 자민당이 거둔 최고 성적은 이케다 총리가 지휘한 1960년 총선(63.38%)과 고이즈미 총리가 지휘한 2005년 총선(61.45%)이다. 그 뒤를 잇는 3~5위가 최근 5년간 아베 총리가 진두지휘한 총선이었다.

이번 총선으로 아베 총리의 입지는 더 굳건해졌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민주당에서 정권을 탈환한 뒤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고 안보 관련법 개정을 강행했다. 이른바 '사학 스캔들'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국회 해산을 단행해 총선 3연승을 이뤘다. 다나카 가쿠에이, 요시다 시게루,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같은 거물들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헌법 개정 찬성 세력'이 중의원 80%를 장악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 못지않게 보수 성향인 고이케 지사는 총선을 앞두고 희망의당을 만들면서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만 공천하겠다"고 했다. 개헌에 찬성하는 자민당(284석)·공명당(29석)·유신회(11석) 의석에 희망의당(50석)까지 합치면 국회 80%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일본 헌정 사상 개헌 찬성 세력이 이 정도로 국회를 장악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내) 정책을 추구하도록 국민이 밀어주신 데 감사한다"며 "같은 총재 밑에서 3연승한 것은 과거 50여 년간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입지가 단단해지면서 자민당 내에서는 "총선 직후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개헌안을 제출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헌법 개헌은 '개헌안 작성→심의→본회의 표결→국민투표' 4단계로 이뤄진다. 아베 총리는 총선 전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 9조 1항과 2항을 남겨둔 채 자위대를 합헌화하는 조항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총선 기간에는 국민 반발을 고려해 개헌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총선 승리가 확정된 23일 기자회견에서는 "이미 구체적 제안을 한 만큼 국회에서 논의해나가고 싶다"고 개헌 정국으로 끌고 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여야로 맞붙었던 희망의당까지 '개헌 찬성 세력'으로 규합할 뜻도 명확히 했다. 그는 "희망의당은 물론 여야 모두 폭넓은 합의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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