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분쟁.. '한 지붕 두 백화점' 가나

김충령 기자 2017. 10. 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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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인천점' 놓고 5년째 갈등]
롯데, 2012년 인천터미널 인수
신세계 임대계약 내달 19일 만료
신세계 1450억원 들여 매장 증축.. 인천시에 기부채납 후 20년 계약
증축분은 2031년까지 영업 가능
두 백화점 공존하는 상황 올수도

국내 1·2위 유통업체인 롯데신세계가 인천종합터미널에서 신세계백화점 퇴거를 놓고 5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백화점 퇴거를 두고‘건물주’롯데와‘세입자’신세계 간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전경. /조선일보DB

터미널에서 현재 영업 중인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임차 계약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건물주'인 롯데는 매장을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인 신세계는 "롯데가 인천광역시로부터 터미널을 적법하게 인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신세계는 롯데의 인수 적법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는 임대 계약이 만료하는 다음 달 19일까지 신세계가 건물을 비우지 않고 버티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신세계 "롯데, 특혜로 터미널 인수" 인천시 "신세계 매입 않겠다고 해 롯데와 계약"

양대 유통사의 갈등은 5년 전인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던 인천광역시는 그해 9월 공유재산인 인천종합터미널 부지(7만7815㎡)와 건물 일체를 9000억원을 받고 롯데에 일괄 매각하기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당시 이 터미널에선 신세계가 1997년부터 '2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백화점(인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연 매출 8000억원대인 인천점은 강남점,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은 매출 4위권의 알짜 점포다. 신세계 측은 "기존에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백화점을 두고 경쟁사에 매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는 터미널 매각에 앞서 2012년 7월 신세계를 포함 6개 업체와 매각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당시 신세계는 터미널 매입 금액 상한을 6000억원대로 잡고, 매입에도 부정적이었다는 게 인천시의 주장이다. 인천시 측은 "신세계는 최종적으로 터미널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고, 결국 롯데와 투자약정을 맺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세계의 주장은 다르다. 신세계는 "인천시는 좀 더 비싼 가격에 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을 했고, 롯데에 비밀리에 사전실사·개발안 검토 기회를 줬다"며 "이는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신세계는 2013년 인천시를 상대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2심 법원은 인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인천시가 터미널 매각 시 다른 업체들에도 매수 참여 기회를 줬기 때문에 롯데에만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증축 부분 임차 만료는 2031년까지

대법원이 인천시의 손을 들어줘 롯데가 터미널의 적법한 소유권자로 최종 인정이 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신세계는 2011년 1450억원을 투자해 터미널 부지에 매장(1만7520㎡·약 5300평)을 증축했고, 자동차 870여대를 수용하는 주차타워도 세웠다. 신세계는 이를 인천시에 기부채납하며 2031년까지 20년간 임차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때 증축한 매장은 전체 매장면적(6만4463㎡)의 27%에 이른다. 신세계는 "불과 1년 전에 1500억원을 들여 시설 투자를 하고 2031년까지 임차하기로 해놓고 우리가 왜 인천점을 포기하려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신세계는 2011년 증축한 매장과 주차타워에선 앞으로 14년간 더 영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한 터미널 안에 롯데·신세계 두 백화점이 공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금은 두 유통 라이벌이 감정싸움을 벌이며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선 현실적으로 한 터미널에 두 백화점이 있다는 것은 두 업체 모두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롯데는 오는 11월 백화점을 재단장하고 단계적으로 쇼핑몰을 입점하는 등 '롯데 타운'을 조성한다는 목표지만, 신세계가 건물을 비우기 전까지는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최종 판결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입장에선 알짜 점포를 경쟁사에 내놓는 데 자존심이 상하는 데다 영업이익 측면을 고려해도 최대한 늦게 내놓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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