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 노리는 '그 옛날 모피아'들

손진석 기자 2017. 10.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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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숨죽이고 엎드려 있던 '모피아'(재무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전직 관료들이 금융권 노른자위 자리를 노리며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위의 한 간부는 "각자 정권 실세에 줄을 대서 '고공 플레이'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관료 출신들이 주로 맡던 금융감독원장에 민간 출신 최흥식 원장을 발탁한 것을 보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관료를 우선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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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들어 슬금슬금 고개.. 금융협회장·기관장 눈독]
손보 등 4개 협회장 곧 임기만료.. 퇴직한지 오랜 전관들 자리다툼
정권 실세에 줄대 고공플레이도 "또 나서는 선배들 욕심 과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숨죽이고 엎드려 있던 '모피아'(재무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전직 관료들이 금융권 노른자위 자리를 노리며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 당국이 장막 뒤에서 후보를 내정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모피아 출신들이 '기회가 열려 있다'고 판단하고 각개약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피아 출신들이 표적으로 삼는 대표적 노른자위 자리는 각종 금융협회장이다. 현재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5대 금융협회장을 모두 민간 출신이 맡고 있는데, 관료 출신들이 다시 협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금융권 인사들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된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의 후임으로 김용덕(67) 전 금융감독위원장, 방영민(68)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유관우(63)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과 방 전 사장은 행정고시를 거친 모피아 출신이고, 유 전 부원장보 역시 민간 출신은 아니다. 이들의 행보를 두고 관가와 금융가에선 “이미 전관예우를 충분히 누린 분들인데 욕심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손보협회장을 포함해 5대 민간 금융협회장 중 네 명의 임기가 앞으로 반년 안에 모두 끝난다. 협회장 선출이 잇따라 이뤄질 예정이라 전직 관료들 사이에서는 "장이 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는 11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12월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이 임기를 마친다. 내년 2월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만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은행연합회장으로는 민간 출신으로 신상훈(69)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관료 출신으로는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시 관료 출신들이 득세할 분위기가 무르익자 금융계에서는 "퇴직한 지 오래된 전관(前官)끼리 자리다툼을 벌인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한 중견 경제관료는 "공직 퇴임 후에도 좋은 자리를 두세 번 이상 차지했던 나이 많은 선배들이 또다시 기관장, 협회장을 맡으려는 것은 모양새가 나쁘다"고 지적했다.

협회장 이외에 금융권 기관장 공모에도 모피아 출신들이 뛰고 있다.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는 정지원(55)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최방길(66)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등 두 사람으로 압축됐는데, 관료 출신인 정 사장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지원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이 되면 후임 한국증권금융 사장도 관료 출신이 낙점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정부와 연결 고리가 생겨 당장 일하기는 편하니까 관료 출신 협회장이나 기관장을 선호하지만 결국 청탁이나 부정부패로 이어지고 관치 금융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전직 관료들이 사회생활을 연장하고 싶어 하는 것일 뿐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한 간부는 "각자 정권 실세에 줄을 대서 '고공 플레이'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관료 출신들이 주로 맡던 금융감독원장에 민간 출신 최흥식 원장을 발탁한 것을 보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관료를 우선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하는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금융권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금융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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