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할 것인가 당할 것인가.. 4차산업혁명에 달렸다"

유석재 기자 입력 2017. 10. 24. 03:01 수정 2017. 10. 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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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의 비밀' 김태유 서울대 교수
스페인·영국 등 역대 帝國 분석
"첨단산업분야에 우수인력 지원해 4차산업혁명 선두로 나서야 "
/남강호 기자

김태유(66·사진) 서울대 명예기금교수는 '공대(工大)의 경제학자'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스쿨오브마인(CSM)대학에서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역사학자들에게서 '교습'을 받았다. "내가 세운 경제 성장 이론이 실제 현실에 맞게 전개됐는지 알기 위해선 역사학을 학습해야 했다."

그는 늘 의문을 가졌다. "청소년들은 역사는 침탈과 압제에 시달려 온 한국사를 배운다. '선진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원리를 안다면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공학, 경제학, 역사학을 공부한 그는 최근 영국 근대사 전공자인 김대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와 함께 새 연구서 '패권(覇權)의 비밀'(서울대 출판문화원)을 냈다.

김 교수가 말하는 '패권의 비밀'은 이 책에 148번 등장하는 '산업혁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18세기 이후 인류는 두 가지 유형의 국가로 확연히 갈렸는데, 지배국(ruler)과 식민지(colony)였으며 다른 유형은 없었다"고 했다. '지배국'이 되느냐 '식민지'가 되느냐의 운명을 가른 것은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뒤늦게나마 산업혁명에 편승한 일본이 전자에 올라선 반면, 끝내 산업혁명을 배척한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했던 것입니다."

산업혁명은 기존 농업사회가 발전을 거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김 교수는 2013년 영문으로 낸 '경제성장론(Economic Growth)'에서 인류사의 경제 성장 유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제 성장이 감속하는' 농업 사회 유형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제 성장이 가속하는' 상업·산업 사회 유형의 두 가지로 나눴다. 여기서 전자와 후자 사이에 연속이 아니라 단절이 존재하기 때문에 질적 변화 없이는 산업혁명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기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 특허를 얻은 뒤 1775년 버밍엄에 세운 공장의 모습. ‘패권의 비밀’을 쓴 김태유 교수는“18세기 이후 세계 모든 나라는 산업혁명의 성패에 따라 지배국과 식민지로 운명이 갈렸다”고 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스페인 제국은 농업 제국의 연장선에 있었던 탓에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다음에 등장한 네덜란드는 달랐다. "한반도의 5분의 1 크기인 작은 나라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패권국이 됐던 것은, 네덜란드의 패권이 상업혁명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이전 제국과는 달리 순전히 기업가 마인드를 갖춰 상선(商船)을 가볍고 빠르게 개조했고, 상업 루트를 장악했다.

그는 "상업혁명이 '처음 하늘을 날았던 글라이더'라면 18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산업혁명은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대서양 무역을 하던 영국은 제품의 제조 공정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석탄 동력으로 면직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혁명을 성공시켰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면 전기·화학·강철 분야에서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영국의 언어와 문화가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인류 역사의 첫 번째 대분기(大分岐)가 산업혁명이었다면, 이제 두 번째 대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바로 지식의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도태된다면 또다시 식민지가 되는 운명을 걷게 됩니다." 김 교수는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관료의 전문화를 통해 공직사회의 유전자를 바꾸고, 젊은 우수 인력이 행정직이 아니라 첨단 산업 분야를 지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네덜란드와 영국이 주요 항로를 장악했던 것처럼 북극 항로의 선점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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