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치료 안 받겠다" 전화·방문 상담 줄이어

글·사진 홍진수 기자 입력 2017. 10. 23. 21:56 수정 2017. 10. 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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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사전의향서’ 작성 첫날, 시범사업 기관 가보니

노순희 상담사가 23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센터에서 작성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전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시범사업이 23일 시작됐다. 내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사전 준비와 점검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연습은 아니다. 시범사업 기간에 작성한 사전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모두 정식으로 등록되며 법적으로 유효하다.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사전의향서를 만들어 둘 수 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있는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실천모임)에 23일 오전 전화를 걸어 상담예약을 했다. 실천모임은 지난달 각당복지재단, 대한웰다잉협회(이상 비영리단체),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이상 의료기관)과 함께 사전의향서 상담·작성·등록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됐다.

약속하고 제시간에 찾아갔지만 이미 상담실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일반 사무실에서 상담해야 했다. 옆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기가 울렸고, 한쪽에서는 다른 상담자가 사전의향서를 작성 중이었다. 노순희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청년유니온과 사회복지유니온도 초대됐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241659001&code=940702#csidx12524cc649c2ae19609febcd2ed6985 상담사는 “시범사업 전까지는 전화상담만 하다가 오늘부터 방문상담도 시작했다”며 “오전에 사전의향서를 제출한 분만 1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미 사전의향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갔던 터라 상담은 그리 길게 걸리지 않았다.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하고 성명·주소·주민번호 등을 적은 뒤 몇 가지 항목을 체크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를 모두 중단해 달라 했고, 호스피스는 이용하고 싶다고 적었다. 또 사망 전에 사전의향서를 가족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했다. 설명사항을 다시 확인하고 사전의향서를 접수하면 등록절차가 마무리된다. 다시 돌이키는 것도 어렵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난생처음 행사하는 순간이었다.

의향서를 제출하기 직전 취재기자란 신분을 밝히고 상담을 중단했다. 그냥 제출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100%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제서야 노순희 상담사의 열굴에서 ‘의심’이 사라졌다. 노 상담사는 “안 그래도 젊은 사람이 와서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해보니 어떻냐”고 웃으며 물었다. 직접 해보니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설명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사전에 고민이 부족해 최종결정은 할 수 없었다. 실천모임 홍양희 공동대표는 “가족과도 충분히 상의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며 “일단 정식 상담을 했으니 (기자가) 작성한 서류는 ‘보류’로 기록해 놓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찾아가는 강의’ 등을 통해 사전의향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편리한 절차보다는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홍 대표는 “30명을 모아놓고 강의한다면 다시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심도 깊은 1 대 1 상담을 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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