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유청년연합, 현대차-종북척결단 '짝'지어 극우 지원

입력 2017. 10. 23. 21:49 수정 2017. 10. 2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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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위 조사]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기획·요청
당시 원세훈 원장 지시로 실행

보수단체 "지원 미흡하다" 불만에
애초 공기업에서 사기업들로 확대

보수단체·인터넷매체 5개 등급 나눠
삼성 등 대기업·공기업이 차등 지원

[한겨레]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가 23일 발표한 내용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보수성향 단체와 인터넷 매체에 대한 대기업의 금전 지원을 주선한 내역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지원 액수는 국정원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것만 해도 2010~2011년 2년 동안 68억원이다.

개혁위가 발표한 ‘보수단체·기업체 금전 지원 주선(매칭) 사업’ 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구상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작품이었고 기업을 실제로 움직이는 일을 국정원이 맡았다.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4월14일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은 “5개 공기업의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하고 자체 선정한 보수단체(27곳), 인터넷 매체(12개) 쪽으로 기부와 광고를 돌려줄 것”을 국정원에 요청했고, 원세훈 당시 원장 지시로 국정원이 이를 일부 실현시켰다. 개혁위는 이 시민사회비서관을 “현○○”이라고 표현했으나,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이 당시 시민사회비서관이었다. 보수단체들은 국정원이 좀더 강하게 기업들한테 ‘조정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해 12월에 현진권 비서관은 국정원에 “지난 6개월간 보수단체와 기업 간 매칭 작업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미진하고, 보수단체들이 ‘현안 지지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돌아오는 게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보수단체들이) 국정 버팀목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고정적 자금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25개 핵심 우파단체에 공기업 외 삼성전자 등 사기업의 적극적 지원”이 현 비서관의 요구였다. 보수단체 금전 지원의 주체를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확대하자는 얘기였다.

국정원은 청와대 지침을 충실히 이행했다. 이듬해인 2010년 매칭 대상이 기존 공기업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기업까지 확대되는 등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18개 보수단체와 17개 기업 간 매칭 성사로 약 32억여원 규모의 지원이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 국정원 수뇌부에 보고된 사실이 이번 조사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특히 지원 대상 보수단체의 등급도 A부터 D까지 5가지로 매겼다.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는 S급(3개), 미디어워치, 라이트코리아, 애국단체총연합 등 A급(5개), 국민행동본부, 고엽제전우회 등 B급(4개) 등이다. ‘물주’로는 전경련, 삼성, 현대차, 엘지(LG), 에스케이(SK), 한화, 롯데, 한진, 두산, 현대중공업, 지에스(GS), 엘에이치(LH),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도로공사, 석유공사, 산업은행이 동원됐다.

이어 2011년에는 7개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43개 보수단체를 18개 기업이 36억여원(기부 32억여원, 광고 4억여원)을 지원하는 형태로 더욱 규모가 커졌다. 그해 12월13일 작성된 국정원의 ‘보수단체·기업체 추가 매칭 추진 결과’ 보고서에서는, 기업별로 배분된 43개 보수단체와 인터넷 매체의 명단이 표로 정리됐다. 전경련이 자유총연맹·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에 기부금을 내고, 삼성은 한반도선진화재단·국민행동본부·자유총연맹 등에 기부금, 미디어워치·프런티어타임스 등에 광고 게재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듬해인 2012년 2월5일 국정원 국내정보부서는 “종북세력 척결 등 국가정체성 확립과 국정결실기 성공적인 마무리를 적극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41개 보수단체와 16개 인터넷 매체를 대상으로 50억여원 규모의 매칭을 3월 이전에 완료한다”는 계획을 원세훈 당시 원장에게 보고했다. 국정원은 그러나 “2012년 후반기에 접어들어 주요 정치일정이 본격 진행되고 12월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이 노출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자 지원 결과를 종합하지 못한 채 급하게 사업을 종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국정원 개혁위는 국가정보원법의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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