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 출국금지..'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의혹

윤호진 2017. 10. 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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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
서천호 당시 국정원 2차장도 출국금지
검찰 압색 대비 '허위 사무실' 꾸민 정황
"MB국정원 수사, 박근혜 정부로 확대"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계룡대에서 해군본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던 모습. [중앙포토]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18대 대통령 선거(2012년)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관내 9개 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에서 한) 수사 방해, 사법 방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천호 당시 국정원 2차장에 대해서도 남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이 같은 수사 방해 계획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함께 출국금지했다.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국정원장에 올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아래서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습해야 했다. 당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수사팀장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검찰은 당시 남 전 원장이 서천호 2차장 등으로 구성된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윤 팀장이 이끌던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당시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한 국정원 심리전단 사무실은 국정원이 꾸민 ‘위장 사무실’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검찰은 당시 심리전단 요원 등 국정원 관계자들 여러 명을 소환해 ‘(당시 국정원) 수뇌부가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에서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재준(왼쪽)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답변하는 모습. 오른쪽은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 김 전 장관도 이명박 정부 시절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해 댓글 공작을 지휘한 책임자로 지목돼 출국금지된 상태다. [중앙포토]
검찰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 공작과 별도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사법방해 의혹을 중요한 수사 줄기로 인식하고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 수사를 징검다리 삼아 박근혜 정부로 수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에선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국정원이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블랙 리스트’ 수사를, 3차장 산하에선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국정원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화이트 리스트’ 수사를 별개로 진행 중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2차장 산하의 수사와 3차장 산하의 수사가 결국 어느 시점에는 정점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보이기도 한다”며 “하지만 수사는 진행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2013년 댓글 수사 은폐 의혹이 남 전 원장을 거쳐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과 박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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