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반도 둘러싼 '스트롱맨 장기집권 시대'

이왕구 입력 2017.10.23. 20:02 수정 2017.10.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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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Strongman)이라 불려온 한반도 주변 강대국 지도자들의 장기집권이 일제히 가시화됐다. ‘강한 외교’를 모토로 내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하며 2021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졌고, 24일 마무리 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아 3연임까지 내다보게 됐다. 내년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 우선주의로 똘똘 뭉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들 장기집권 궤도에 오른 정상과 함께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트롱맨들이다. 자국 우선주의와 공세적 외교 방향을 앞세운 이들 4개국의 스트롱맨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임기 끝까지 함께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평화 구축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할 우리 정부의 외교력은 차가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본 자민ㆍ공명당 집권 연정이 중의원 선거에서 313석을 확보해 개헌발의선(310석)을 넘는 압승을 거둔 뒤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북핵 위협에 강력히 대응하겠다. 폭넓은 (개헌) 합의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강력한 자국 이익 우선 외교 방향을 분명히 했다. 사학스캔들로 한 때 정권붕괴 위기까지 처했지만, 북한발 안보위기를 명분으로 정국을 반전시킨 아베 총리는 총선에서 대승하며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2012년 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까지 중ㆍ참의원 선거에서 5연승을 거뒀고,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하면 2021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진다. 총선 기간 내내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강한 외교”를 강조했던 만큼 향후 아베 총리는 군비 증강, 그리고 일본 우익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대국화 드라이브를 걸 것이 확실해졌다. 이날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아베 정권이 북한을 핑계로 자위대 전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18일 시작된 당대회를 통해 ‘1인 체제’를 공고화했다. 중국의 당장(黨章ㆍ당헌)에 시 주석의 통치이념인 ‘치국이정(治國 政ㆍ국가통치) 신이념ㆍ신사상ㆍ신전략’이 삽입될 것으로 보이고, 이번 당대회에서 중국 당과 군 정부 고위 간부들은 시 주석에게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에게나 붙였던 ‘영수( 袖)’나 ‘총사령관’이라는 칭호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시진핑 2기’(2023년 예정)를 넘어 ‘시진핑 3기’(2028년)까지 점쳐질 정도로 시 주석의 위상은 높아진 상황이다. 탄탄해진 권력을 바탕으로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다시 짜는데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당 대회 연설에서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남중국해 분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으로 상징되는 미국과의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동맹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국제질서 건립을 내세운 시진핑의 중국과 관계맺기를 해야 할 난제 앞에 서게 됐다.

총리 재직을 포함해 17년간 집권하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집권 연장을 꿈꾸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며 도전 의사를 밝혔다. ‘강한 러시아’를 정책 기조로 삼아 8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한다면 2024년까지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 일본과의 영토갈등과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푸틴의 러시아도 문재인 정부에 가볍지 않은 과제를 던질 전망이다. ‘아메리카 퍼스트’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트럼프 미 대통령도 내달 아시아 순방을 전후해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각종 안보 청구서를 내미는 강한 외교전략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은 국수주의ㆍ민족주의 성향의 주변 강대국 지도자들이 펼치는 ‘힘의 경쟁’에서 한국 외교가 선택할 길로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 단기적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강대국들과의 갈등 최소화를 제안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부교수는 “국제 질서가 미중 대결 구도로 변하면서 한국의 선택지가 좁아졌다”며 “중국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결국 미국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미국과 밀착하면서 ‘코리아 패싱’을 시도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며 “한국을 희생양 삼아 군국주의화하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과 공고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정치경제)교수는 “각국 지도자들이 국내 정치를 위해 강력한 힘의 정치를 추구하면서 동북아 대결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며 “우리 힘으로 이런 구조를 바꾸지는 못해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남북관계 개선이 당분간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되 동맹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평화비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시주석 2기 강화, 아베 집권 연장은 기존 정책 변화보다 강화로 갈 것이라는 점에서 대외환경 변화에 미치는 근본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미국 및 중국과 갈등은 최소화하고 비핵화 공조를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남북 대화에 지속적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