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피우는 靑 일자리 상황판

금원섭 기자 입력 2017. 10. 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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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보셨어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민간 경제연구소에 근무하는 A박사가 23일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만들었고, 매일 챙긴다는 일자리 상황판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까요.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일자리 상황판을 클릭해보세요. 첫 화면에 고용률이 나오는데 하나는 66.9%, 다른 건 66.7%로 돼 있잖아요. 어느 게 맞는지 헷갈리지요?"

실제로 그렇더군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고용률이 적힌 항목을 하나씩 들여다봤습니다. 수치가 서로 다르게 나온 이유를 한눈에 알기는 어렵더군요. 고용률 아래에 깨알 같은 글씨로 '2017년 9월 기준', '2017년 8월 기준'이라고 각각 표시된 걸 찾아내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A박사의 지적은 계속됐습니다. "이상한 게 또 있어요. '고용률 66.7%'라고 돼 있는 항목을 누르면 이제는 '고용률 66.9%'라는 창이 떠요. 첫 화면은 8월 기준, 다음 화면은 9월 기준으로 제각각인 거죠. 고용률 하나를 놓고 서로 다른 내용이 잇따라 나오는 건 문제 아닐까요?"

문 대통령 취임 후 업무지시 1호로 만들어진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에도 일자리 상황판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고용률 66.9%'라는 창과 '고용률 66.7%'라는 창이 각각 뜹니다. 기준 시점을 깨알 같은 글씨로 9월, 8월로 각각 적어둔 것도 청와대 홈페이지와 같습니다.

이에 대해 A박사는 "청와대와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상황판을 '절반만 업데이트' 해놓은 셈"이라고 하더군요. 9월 기준 고용동향을 통계청이 공식 발표한 건 지난 18일이었습니다. 며칠을 넘긴 뒤에도 청와대나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철 지난 정보'가 떠 있는 겁니다. 고용률 이외에도 실업률, 취업자수 등 핵심 지표들에 여전히 8월 기준이 뒤섞여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A박사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상황판을 매일 챙긴다고 했는데, 낡은 데이터나 서로 다른 데이터가 뒤섞여 있으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하더군요. 좋은 뜻으로 도입된 일자리 상황판인데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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