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벤처부 장관 후보자 홍종학..재벌, '암세포'에 비유

오원석 입력 2017.10.23. 19:05 수정 2017.10.24. 10:44

문재인 정부 출범 167일째 공석으로 남아 있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홍종학(58)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어서 "암세포가설이 전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부정책"이라며 "경제의 안정을 위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부실한 재벌에 대한 지원을 아낄 수 없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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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전 의원.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출범 167일째 공석으로 남아 있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홍종학(58)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비례대표 4번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인물로,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본부장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 재벌, '암세포'에 빗댄 논문·책 저술 홍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재벌문제에 관한 두 가지 견해 : 진화가설 대 암세포가설'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한국응용경제학회가 발행한 2000년 12월 '응용경제'에 실렸다. 홍 전 의원이 경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쓰였다. 해당 논문 이전에도 그는 논문 '재벌개편위원회가 필요한 이론적 근거'(1999년 3월)를 발표하는 등 '재벌개혁'을 주창해 오던 인물이다.

홍 전 의원은 논문에서 재벌을 암세포에 빗대 표현했다. 암세포의 의학적 특성을 이용해 재벌이 경제구조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논문을 통해 1997년의 외환위기 상황을 돌아보며 "재벌의 부실계열사는 퇴출되지 않고 독립기업만 무너지는 상황에서 재벌로의 자금편중 현상이 심화되었고, 이는 다시 독립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대출 비율이 높은 은행을 퇴출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암세포가설이 전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부정책"이라며 "경제의 안정을 위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부실한 재벌에 대한 지원을 아낄 수 없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홍종학 전 의원 저서 '한국은 망한다'. [중앙포토]
구체적으로 그는 "재벌이 시장기능을 붕괴시키는 것은 스스로 퇴출되지 않는 왕성한 생명력 때문인데, 이런 점에서 암세포와 대비될 수 있다"며 "암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과 달리, 단지 왕성한 자기복제능력을 지닌 체세포일 뿐인데 바로 이 과도한 생명력이 인체의 조화를 해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홍 전 의원은 논문을 통해 재벌의 '중소기업 활성화 억제 기능'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재벌의 경우 사업확장을 통해 중소기업이 흡수합병 되거나 퇴출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비중이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해당 논문 발표 이듬해인 2001년 나온 그의 저서 '한국은 망한다'에서도 재벌은 암세포와 같다는 그의 주장이 재차 강조된 바 있다.

━ 면세점 규제한 '홍종학법' 주인공 노무현 정부였던 2006년에는 강봉균 당시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이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대기업 투자 활성화를 주장했을 때, 홍 전 의원은 "집권 4년차 증후군"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서민경제를 내세우면서도 재벌 봐주기, 건설경기 부양 등의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2013년에는 면세점 특허기간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 일명 '홍종학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홍종학법과 관련해서는 5년마다 특허권을 다시 얻기 위해 입찰경쟁을 치러야 해 경영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기회비용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홍 전 의원은 인천 출생으로,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종합금융주식회사를 거쳐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에서 정책위원장을 맡았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홍 전 의원의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이날 브리핑에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경제전문가로 새정부 경제정책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건전한 생태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