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20년-시민에서 답을 찾다] '인성보다 성공' 외치는 부모들

김라윤 2017. 10. 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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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이루고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려면 항상 남보다 앞서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더욱 치열해진 입시·취업경쟁 등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6명가량은 부모와 대화를 나눌 때 인격적 성숙과 시민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성숙지향형' 내용보다 개인적 성공과 성취를 강조하는 '성취지향형' 내용을 더 많이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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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976명 가정내 대화 조사 / 10명 중 6명, 부모와 이야기할때 관용·공익·배려에 대한 말보다 개인 성취지향적 내용 더 들어 / 자녀 시민성 함양에 부정적 영향

“꿈도 이루고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려면 항상 남보다 앞서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더욱 치열해진 입시·취업경쟁 등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6명가량은 부모와 대화를 나눌 때 인격적 성숙과 시민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성숙지향형’ 내용보다 개인적 성공과 성취를 강조하는 ‘성취지향형’ 내용을 더 많이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취지향형 대화에 익숙한 가정의 청소년일수록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시민성이 더 취약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돼 가정 내 양육·교육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세계일보가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 연구팀과 함께 서울지역 6개 초·중·고교 학생 976명(초 353명, 중 382명, 고 241명)을 대상으로 가정 내 의사소통 양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학생별로 부모 등 가정 내 보호자가 자주 강조하는 얘기와 관련해 10가지 문항에 응답한 점수를 합산해 분석한 뒤 백분율로 환산했다.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9%가 가정에서 성숙지향형보다 성취지향형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급별 응답률은 초등학생 55.4%, 중학생 62.2%, 고등학생 59.1%다.

또 이들과 시민성의 관계 분석에서는 성숙지향형 대화를 하는 가정의 청소년들보다 시민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학교생활과 관련해 △교칙 숙지 △학급·학교 현안에 적극 참여 △다수결 원칙 존중 △절차보다 결과 중시 △학급·학교·지역 대표에 대한 관심 정도 5가지로 파악한 시민성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들이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카카오톡 같은 소셜미디어 등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따돌리거나 욕설 등으로 괴롭히는 행위)에 가담할 가능성 역시 높은 편이었다. 가정에서 자녀양육 시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 공익을 위한 행동 등을 강조하는 성숙지향형보다 성취지향형 양육 방식에 무게를 둘 경우 자녀의 시민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 응답자의 학교급별 시민성 수준 측정(25점 만점)에서는 사회화가 덜 된 초등학생이 18.79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17.61), 고등학생(16.56)으로 갈수록 떨어졌다. 학생들이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격해지는 입시경쟁에 치여 사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이준웅 교수는 “이번 조사는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된 시민교육을 받고 있지 못한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부모들부터 자녀들을 훈육 대상으로만 여기기보다 성숙한 인격체로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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