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디자인특허 새 재판 열린다

김익현 기자 2017. 10. 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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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고 "2012년 배심원 지침 잘못됐다"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애플과 5년 째 디자인 특허공방 중인 삼성전자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 동안 주장해왔던 대로 배상금 산정을 위한 새로운 재판을 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에 부과됐던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 중 상당 부분이 경감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22일(현지시간) 애플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한 삼성전자의 배상액을 결정하기 위해 새롭게 법정에서 만나자는 취지의 명령을 발부했다고 미국 IT매체 씨넷이 보도했다.

애플과 디자인 특허 소송 중인 삼성전자가 중요한 승기를 잡았다. 루시 고 판사가 사실상 새 재판을 승인하는 듯한 명령을 한 때문이다. (사진=씨넷)

이에 따라 삼성은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애플 특허 세 건에 대한 배상금 3억9천900만 달러가 타당하지 여부를 놓고 새로운 재판을 열 수 있게 됐다.

■ "전체 휴대폰 외 다른 제조물품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2012년 1심 판결이 나온 이번 소송은 둥근 모서리(D677)를 비롯해 둥근 모서리에 베젤을 입힌 디자인(D087), 그리고 아이콘 배열 관련 디자인(D305) 등 애플 디자인 특허 세 건이 핵심 쟁점이었다.

이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1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받았던 삼성전자는 항소심부터 반격에 성공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를 비롯한 일부 쟁점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배상금이 대폭 경감된 것.

이에 삼성전자는 디자인 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해 12월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한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선 미국 특허법 289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여기서 핵심은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한 ‘제조물품(article of manufacture)’의 범위다. 그 동안은 제조물품은 완제품으로 받아들여져왔다.

둥근 모서리 특허권을 규정한 애플 677 특허권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애플 디자인 특허 세 건을 침해한 삼성전자에게 '제품 전체 이익 상당액'에 해당되는 배상금이 부과된 것도 그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미국 대법원은 제조물품의 범위를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으로 확대 해석했다. 여기까지는 삼성전자의 완벽한 승리였다.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삼성은 '둥근 모서리'를 비롯한 애플 특허 세 건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만 배상금을 지급하면 된다.

문제는 이 세 특허권이 미치는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부분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디자인 특허 침해의 기준이 되는 ‘제조물품성’을 어떻게 해석할 지에 대해선 하급법원이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아이콘 배열 범위를 규정한 애플 D305 특허권.


1심 재판이 열렸던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선 이 부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재판에서 삼성전자는 그 동안 2012년 배심원 지침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면서 재판을 다시 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애플 측은 기존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삼성전자가 2012년 1심 당시 배심원 지침에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루시 고 판사의 이날 명령은 상당부분 삼성 쪽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둥근 모서리에 베젤을 덧붙인 D087 특허권. (사진=삼성 상고신청서)


씨넷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이날 “(2012년) 재판 당시 배심원 지침이 법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적었다. 그는 또 “배심원들이 전체 휴대폰 외에 다른 제조물품성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삼성전자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지침 때문에 배심원들이 '애플 디자인 특허=아이폰 전체'로 오해하게 됐다는 해석인 셈이다. 이 때문에 배심원들이 삼성전자에게 과도한 배상금을 부과했다는 명령이다.

씨넷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새로운 재판을 요구하는 삼성에게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 "제조물품성-배상액 입증 책임 애플이 진다"

루시 고 판사는 이날 ‘제조물품성’을 규정하는 4가지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첫째. 원고의 특허권에서 주장된 디자인의 범위
둘째. 전체 제품 내에서 차지하는 그 디자인의 상대적인 중요도
셋째. 그 디자인이 전체 제품으로부터 개념적으로 명확한지 여부.
넷째. 디자인 특허와 제품 나머지 부분 간의 물질적 관련도.

루시 고 판사

고 판사는 이런 명령과 함께 “어떤 부분이 제조물품성인지, 또 그 제조물품 판매로 인한 전체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입증 책임은 애플이 진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도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삼성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입증 책임을 떠안았을 경우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을 줄여야 하는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배상액을 대폭 줄일 근거에 대해 입증할 책임을 삼성전자가 갖게 된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가 애플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함에 따라 상황은 상당히 달라지게 됐다. 애플 측이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이 타당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사안에선 입증책임을 지는 쪽이 훨씬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오는 10월25일 루시 고 판사 앞에서 다시 회동을 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 때까지 루시 고 판사가 제시한 관점에 따른 향후 일정에 대한 계획을 제출해야만 한다.

김익현 기자(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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