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이인규에 '盧 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지시했다

박세열 기자 2017. 10.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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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결과..검찰은 국정원의 '하수인'이었다

[박세열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 깊숙히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실상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추악한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23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한 간부가 원 전 원장 의중을 인지하고 지난 2009년 4월 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면서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불구속 수사' 결정을 국정원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결정했다는 정황도 충격적이지만,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을 '망신'을 주도록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에 압력을 넣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도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TF는 다만 '적당히 망신 주는 선'이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지시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적폐청산TF는 "노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국정원 문건 및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해당 원 전 원장 측근 간부의 언급 이외에 '명품시계 수수' 및 '논두렁 투기' 사실에 대한 언론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고 2009년 4월 22일 KBS의 '명품시계 수수' 관련 보도 및 2009년 5월 13일 SBS의 '논두렁 투기' 관련 보도 이전 국정원 전체 전산자료 및 문서 검색 결과, '피아제'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1건(검찰수사 진행 관련)이 발견되었고,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적폐청산TF는 "'명품시계 수수' 기사를 최초 보도한 KBS 기자는 보도출처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였으나, '논두렁 투기' 기사를 최초 보도한 SBS 기자는 "논두렁 투기 관련 내용은 검찰에서 들었다"라고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 한편, 사건 핵심 당사자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지난 7월 10 조사관과 전화통화시 '논두렁' 보도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하여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면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국정원의 행태는 명백히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은 심지어 다른 수사 기관에 압력을 넣는 등 다수의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 '수사 지휘'를 하고 '논두렁 시계' 등 노골적인 언론 플레이를 한 원인 제공자가 원 전 원장일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논두렁 시계' 사건 등 전직 대통령 망신주기 건과 관련해서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적폐청산TF에 따르면 불법적 '수사 개입'은 원 전 원장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4월17일 모닝브리핑 회의에서 국내 정보부서로부터 "동정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ㆍ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다" 는 보고를 받았다. 이후 4월 20일 "검찰측에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수사를 지속 독려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지속 부각, 동정여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했다. 

이어 2009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원세훈 전 원장은 모닝브리핑 등 부서장 회의에서 국정부담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 의견을 수시로 표출했고, 이에 원 전 원장이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을 만나 해당 사안을 전달했다. 전달 과정에서 '언론 플레이' 등의 주문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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