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언론인 한자리에 "촛불시민에 방송 돌려드릴 것"

김도연 기자 입력 2017. 10. 2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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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영방송 적폐 청산은 이제부터” KBS·MBC 언론인 1000명의 함성… “아무도 하지 않았던 적폐 우리가 걷어낸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지난달 4일부로 파업 중인 KBS·MBC 언론인 1000여 명이 23일 한 자리에 모였다. 총파업 50일차를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공영방송 정상화 열망을 확인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파업이 벌써 50일째인데 마음이 바쁜 것은 맞지만 KBS·MBC 동지들 정말 잘 싸워 왔다”며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KBS 구여권 이사들이 자진 사퇴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자신들에 추천권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법대로 해야 한다”며 “우리 싸움은 한창인데 누가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나. 법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추천한다고 돼 있다.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소신껏 후임 이사들을 선임·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달 4일부로 파업 중인 KBS·MBC 언론인 1000여 명이 23일 한 자리에 모였다. 총파업 50일차를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공영방송 정상화’ 열망을 확인했다. 사진=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김 위원장은 “우리 승리를 확신한다”며 “우리 싸움은 적폐 이사들이 물러나는 걸로 결코 끝나지 않는다. 다시는 정치권력이 좌지우지 못하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 주인은 시민이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겨울 차가운 광장에서 언론 적폐 청산을 외쳤던 시민들 목소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시민 품으로 공영방송을 되돌려 놓을 때까지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 독재에 맞서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은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 언론인 200여명은 편집국에 모여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외쳤다”며 “시민들은 격려 광고로 호응했고 존립 위기를 느낀 독재 정권은 폭력배 200명을 동원해 언론인 160명을 추방했다. 113명이 남아서 싸우다 동지 29명이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84명이 살아서 투쟁 중”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4일부로 파업 중인 KBS·MBC 언론인 1000여 명이 23일 한 자리에 모였다. 총파업 50일차를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공영방송 정상화’ 열망을 확인했다. 사진=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김종철 위원장은 “1980년 신군부 패거리가 광주에서 시민들을 살상할 때 전국 언론인들이 침묵하는 언론에 항의하며 제작 거부를 한 적도 있다”며 “큰 항쟁이었지만 언론인 1000여 명이 강제 해직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투쟁하며 감동했을 때는 지난 2012년 MBC를 선두로 KBS, YTN,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이 언론 자유 투쟁을 했을 시기”라며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만나면 좋은 친구’ MBC는 ‘만나면 패주고 싶은 친구’로 망가졌고 ‘국민의 방송’ KBS는 ‘청와대 방송’, ‘부역자 방송’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방송 열망은 지난 9월4일 KBS·MBC 4000여 명 노동자 항쟁으로 번졌고 이제는 승리를 위한 9.9부 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론인 후배들을 격려했다.

▲ 지난달 4일부로 파업 중인 KBS·MBC 언론인 1000여 명이 23일 한 자리에 모였다. 총파업 50일차를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공동집회를 열고 ‘공영방송 정상화’ 열망을 확인했다. 사진=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타 언론 현장 동료들도 KBS·MBC 언론인들을 격려 방문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도 “SBS 노사는 최근 사장 임명 동의제에 합의했다”며 “SBS가 쟁취했는데 공영방송 KBS·MBC는 직선제 쟁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아가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촛불 국민들에게 인사권을 돌려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파업은 싸움의 끝이 아니”라며 “다시는 제2의 고대영 KBS 사장, 제2의 김장겸 MBC 사장이 나올 수 없도록 방송법을 개정해 방송을 주인인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대광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장도 “1987년 민주화 열망과 언론인들의 자성은 그해 10월 언론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며 “30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아직도 언론을 향한 지탄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정말 언론을 완성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지부장은 “이번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에는 30년 전 언론 선배 노동자들의 싸움을 완성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언론 자유라는 꿈을 성취하고 완성하는 데 우리도 연대할 것”이라고 지지했다.

▲ 타 언론 현장 동료들도 이날 KBS·MBC 언론인들을 격려 방문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이 언론노조 KBS·MBC본부에 파업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2008년 MB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뒤 복직한 조승호 YTN 복직 기자도 “작년 촛불 집회할 때 YTN 카메라 기자 후배가 시민들에 의해 손찌검 당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정말 욕 먹어야 할 사람들은 YTN 건물 안에 있는데, 그런 욕을 다시는 듣지 않기 위해 KBS·MBC 언론 동료들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종면 YTN 복직 기자도 “여러분들이 파업 이후 누구를 사장으로 세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눈치 보지 말자. 파업하면서 끝까지 쟁취하자. 파업에서 땀 흘리고 눈물 흘린 것, 또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말고 보도는 물론 경영까지 우리 손으로 쟁취하자”고 말했다.

노 기자는 “2008년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던 ‘공정방송’, 우리는 이 구호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이 싸움은 촛불 시민들이 판을 만들어주신 것이다. 우리가 처음에는 고개도 못 들었지만 지금은 겨우 고개 정도 들고 있다. 방송이 단순한 언론사에 머물지 않게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방향으로 싸움이 귀결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2008년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해고된 뒤 복직한 조승호(왼쪽)·노종면 YTN 해직 기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KBS·MBC 언론인 공동 집회에 참석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사법부는 공정방송 의무는 우리에게 있다고 판결했다”며 “타협 없는 적폐 청산은 우리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MBC에선 지난 5년 간 안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김장겸과 고대영을 쫓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흔들리지 않을 공영방송을 밑바닥부터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우리 싸움은 촛불시민들이 열어주셨다”며 “고대영만 쫓아낸다고 해서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더 힘들고 지난한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정권에 부역하고 협력한 내부 부역자들 몰아내고 다시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공영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도 걷지 않았고 시도하지 않았던 방송사 내 적폐를 청산하는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공영방송은 2014년 참사 당시 세월호를 지웠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참사 이후를 기록해왔다. 416TV를 운영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2학년1반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노란색 옷)가 23일 KBS·MBC 공동 집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은 세월호 유가족의 투쟁과 기록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언론을 대신했다. 사진=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 공영방송은 2014년 참사 당시 세월호를 지웠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참사 이후를 기록해왔다. 416TV를 운영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2학년1반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노란색 옷)가 2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KBS·MBC 공동 집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은 세월호 유가족의 투쟁과 기록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언론을 대신했다. 사진=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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