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2인데 한글 제대로 못 읽는 우리 아이, 혹시 난독증?
조기 발견 중요하지만, 정부 지원제도 거의 없어
17개 시도 중 6곳만 난독증 관련 조례 제정
안민석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 필요"
장씨의 아이는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난독증’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싫어하고 한글 습득이 느린 편이었지만, 지능검사에서 ‘정상’이라고 나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난독증이란 사실을 미리 알았으면 치료도 빨리 시작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씨처럼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다. 난독증은 지적 능력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없지만 신경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글 읽기가 어려운 학습장애를 의미한다. 친구를 사귀고 학교생활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글을 읽을 수 없어 학습 부진이 나타나기 쉽다. 학습부진이 심할 경우 자존감이 떨어져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의 읽기 학습 특성을 검사한 결과 전체 0.88%에 해당하는 2만3491명이 글을 읽기 곤란하거나 난독증으로 의심, 추정됐다. ‘읽기 곤란’이 예상되는 학생은 8710명(0.33%), 난독증이 의심되는 학생은 9608명(0.36%), 난독증으로 추정되는 학생은 5173명(0.19%)이었다. 이는 전국 6005개 초등학교 가운데 564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읽기학습 부진학생이 없는 것으로 분류된 학교(364곳)은 제외했다.
지역별로는 강원지역의 난독 관련 증상 학생 비율이 1.59%(1220명)로 가장 높았고, 충북(1275명·1.53%)·제주(587명·1.52%)·전북(1456명·1.50%)이 뒤를 이었다. 난독증은 제 때 훈련을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치료가 효과를 보려면 초등 저학년 등 조기에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난독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단순 학습부진으로 분류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난독증에 대한 치료방법이나 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지원책이 시도별로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현재 난독증 학생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한 곳은 17시 시도교육청 중 경기·광주·대전·울산·충남·전북 등 6곳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에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 지원을 위한 교재를 개발해 보급했다”며 “내년 3월까지 난독증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를 돕는 콘텐트를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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