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명박 국가정보원, 노무현 전 대통령 조직적 흠집내기.. "고가시계 언론에 흘려 적당히 망신주라"

김재중·정환보 기자 2017. 10.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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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 간부에게 ‘고가시계 수수 건’을 언론에 흘려 망신주기에 활용하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이 보수단체와 공기업·민간기업들을 연결시켜 지원토록 체계적으로 사업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23일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검찰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정문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정원 개혁위는 노 전 대통령 수사 관여 의혹에 대해 원 전 국정원장이 2009년 4월 19일과 20일 내부 회의에서 “동정여론이 유발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에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 및 성역 없는 수사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원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었던 한 간부는 4월 21일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면서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직접 협조 요청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2009년 4월 원 전 국정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에 따라 국내정보부서 언론담당 팀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하여 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KBS 담당 요원은 KBS 측에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협조요청을 하면서 고대영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현금 2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2009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소위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를 위한 보수단체 육성방안을 마련했다. 2009년 공기업을 통한 보수단체 지원으로 시작해, 2010년 매칭대상을 사기업으로 확대했으며, 2011년 지원대상에 인터넷 매체를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4월 14일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은 ‘5개 공기업의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하고 자체 선정한 보수단체(27곳)·인터넷 매체(12개) 쪽으로 기부와 광고를 돌려줄 것’을 국정원에 요청했고, 원 전 국정원장은 국내정보부서에 이의 이행을 지시했다.

2010년에는 매칭대상이 기존 공기업에서 전경련과 대기업까지 확대되는 등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18개 보수단체와 17개 기업간 매칭 성사로 약 32억여원 규모의 지원이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 지휘부에 연중 수시로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자유총연맹 등 3개 단체를 S급, 미디어워치 등 5개 단체를 A급, 국민행동 등 4개를 B급,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4개를 C급, 시대정신 등 2개를 D급으로 분류하는 등 체계적으로 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단체 지원에 나서도록 강요받은 대상은 전경련, 삼성, 현대차, LG, SK, 한화, 롯데, 한진, 두산, 현대중공업, GS, LH공사 수자원공사, 한수원, 도로공사, 석유공사, 산업은행 등 공기업·사기업을 망라했다.

2011년에도 매칭대상 중 공기업을 제외하고 ‘43개 보수단체(7개 인터넷 매체 포함)와 전경련을 비롯한 18개 기업간의 매칭을 통해 기부금 제공 또는 광고 발주 방식으로 36억여 원 규모의 지원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연중 수시로 지휘부에 보고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은 2012년에도 50억여 원 규모의 매칭지원 계획을 세웠으나 2012년 중반 이후 양대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이 본격 진행되고 댓글사건에 따른 논란이 불거지자 급작스럽게 사업을 종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탈리아 해킹팀의 해킹프로그램 RCS로 국정원이 내국인을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RCS 수집서버를 검증한 결과, 테러·국제범죄 등과 연계된 총 213명의 PC·휴대폰을 점거하여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확인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그러나 자료 수집 대상이 모두 북한 연계 혐의나 테러 연계 혐의, 국제범죄 연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위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국정원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국정원 직원 송모씨가 재판 과정에서 진술한 것 이상의 유의미한 진술이나 사실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김재중·정환보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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