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총선, 마크리 여당 '기록적 승리'

심진용 기자 2017. 10. 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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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총선이 열린 22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집권 여당 연합 ‘캄비에모스’ 선거본부에서 열린 선거 승리 자축연에서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총선에서 집권 연합이 압승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연합 ‘캄비에모스(바꾸자)’가 22일(현지시간) 열린 상·하원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 40.59%로 21.03%에 그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의 ‘시민연합’ 등을 제쳤다고 일간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마크리가 속한 중도우파 ‘공화주의제안당(PRO)’, 중도좌파 성향의 ‘급진시민연합(UCR)’ 등이 뭉친 빅텐트 정당 연합인 캄비에모스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전국 23개 주 등 24개 선거구 중 13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부에노스아이레스·코르도바·산타페·멘도사 등 ‘빅5’라 불리는 인구 상위 5대 지역구에서 모두 이겼다. 단일 정당의 ‘빅5’ 싹쓸이는 1985년 중간선거 실시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하원의원 257명 중 127명, 상원의원 72명 중 24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캄비에모스는 상원 의석을 기존 15석에서 25석으로, 하원 의석을 기존 87석에서 108석으로 늘렸다.

일간 클라린은 “마크리는 이번 선거 최대의 승자”라고 전했다. 2015년 12월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맞이하는, 재신임 투표 성격이 강한 선거에서 크게 승리하면서, 마크리의 입지는 한층 더 탄탄해졌다. 2019년 재선 가능성도 높아졌다. 라나시온 분석에 따르면 마크리의 캄비에모스는 2015년 대선과 비교해 24개 선거구 중 22곳에서 득표율이 올랐다.

마크리의 승리는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참패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페르난데스는 신당 시민연합을 이끌고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섰지만 캄비에모스 후보 에스테반 블리치 전 교육장관에게 40만표 뒤져 2위에 그쳤다. 3위 안에 들어 의회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그를 선거 최대의 패자로 꼽았다.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2019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계획도 어그러졌다. 라나시온은 “2019년에 페르난데스의 자리는 없다”고 논평했다.

페르난데스는 작고한 남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에 이어 2007~2015년 집권했다. 네스토르가 대통령 취임한 2003년부터 페르난데스가 임기를 마무리한 2015년까지 아르헨티나 정치·경제는 이들 부부의 ‘키르츠네르주의’가 장악했다. 항공사와 석유기업, 연금을 재국영화하고 공공지출을 늘리는 등 부의 재분배와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 증대를 특징으로 하는 것이 키르츠네르주의다. 페론주의의 한 분파로 분류된다. 네스토르와 페르난데스 집권 기간 중산층이 두터워졌고, 2012년까지 연평균 8~9%의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2013년 이후 국제 원자재가 하락으로 경제는 다시 침체했고, 외환위기까지 닥쳤다.

마크리는 2015년 대선 당시 키르츠네르주의를 끝내고 강도 높은 경제개혁을 펼치겠다고 공약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년간 마크리 정권의 친시장 정책이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한다며 다시 키르츠네르주의를 꺼내 들었지만 패배했다. 페르난데스가 출마한 부에노스아이레스주는 저소득층 비율이 높아 전통적으로 페론주의 성향이 강한 곳이다. 그런데도 이기지 못했다.

선거 기간 아르헨티나 사회를 달군 산티아고 말도나도 실종 사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대세를 뒤엎지 못했다. 오히려 선거 닷새를 앞두고 시신이 발견되면서 페르난데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페르난데스는 말도나도가 지난 8월1일 원주민 권리보호 시위에 참가했다가 진압에 나선 경찰에 구금됐다는 증언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정부와 경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말도나도는 지난 17일 실종 현장 인근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고 부검에서 폭력 등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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